이는 1992년 파이오니어 금성 궤도선 이후 거의 30년 만으로, 금성의 상층 대기가 태양 활동 주기에 따라 변하는 것을 우주선의 실측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지구 안쪽에서 태양 주변을 돌며 최근접 거리를 점차 좁혀가고 있는 파커호는 지난해 7월 11일 금성에 세 번째 접근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비행을 할 때 표면에서 833㎞ 상공을 지나갔다.
이는 파커호가 금성의 전리층을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온층으로도 불리는 전리층은 태양에너지로 이온화한 플라스마가 모여있는 곳으로 자연 현상으로 전파를 방출할 수 있으며, 지구와 마찬가지로 금성에서도 최상층 대기에 이온화한 가스로 전리층이 형성돼 있다.
콜린슨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파커호가 포착한 전파 신호를 분석해 전리층의 밀도를 계산해 파이오니어호가 직접 측정한 밀도와 비교했다.
금성 전리층의 밀도는 그간 지상 망원경 관측을 통해 태양의 11년 활동 주기에 따라 크게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금성 대기가 대체로 똑같이 유지되지만, 전리층은 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태양활동 극소기에는 훨씬 얇아진다는 것인데, 우주선이 전리층에 직접 들어가 측정한 것이 아니라 확인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금성 전리층이 태양활동 극소기에 크게 얇아진다는 것을 우주선의 실측으로 확인하며 지상망원경 관측에 수반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태양 활동에 따른 금성의 반응을 이해하는데 밑바탕이 돼 지구와 비슷하게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환경을 갖게 된 과정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성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암석형 행성이고 크기나 질량, 밀도 등도 비슷하지만 산성비가 내리고 납도 녹아내릴 만큼 고온이어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행성이 됐다.
콜린슨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3일 발간된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콜린슨 박사는 이번 연구를 자동차 무임편승에 비유하면서 금성 과학자들은 파커호의 금성 중력 도움 비행을 통해 새로운 자료를 얻을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