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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 김종관 감독 "삶의 어둠도 정면으로 바라봐야"

연합뉴스 입력 03.17.2021 09:47 AM 수정 03.17.2021 09:48 AM 조회 2,253
31일 개봉…주연 연우진 "잔잔한 위로 전하는 영화"
영화 '아무도 없는 곳'[볼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마다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김종관 감독이 영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죽음, 상실 등 삶의 어두운 부분을 조명한다.
  김 감독은 17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아무도 없는 곳'의 간담회에서 "빛과 어둠이 있다면, 어둠의 영역을 들여다보면서 그 안을 관찰해보고자 만든 영화"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주인공인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며칠간 만난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 그들에게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한다.

극 중 카페에서 만나기로 한 엄마의 어릴 적 모습인 미영(이지은)은 삶이 따분하다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학교 후배이자 편집자인 유진(윤혜리)은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담담하게 말한다. 우연히 마주친 지인 성하(김상호)는 아픈 아내를 살리기 위한 희망을 찾고,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바텐더 주은(이주영)은 손님들의 기억을 모은다.

김 감독은 "때로는 어두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위장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죽음을 바라보며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늙음에 대한 서글픔이 나오지만, 누군가와 함께 늙어가는 것에 대한 동경,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관객들이 어둠도 포근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렸으면 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영화에는 사람 간 대화 위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김 감독의 스타일이 배어있는데, 이 이야기들이 의미하는 바는 두리뭉실하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김 감독은 "형식적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한 명의 인물이 여러 사연을 통과해 나가는 구조로 여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상태를 잡아내려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 꿈도 현실도 아닌 경계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 '아무도 없는 곳'[볼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구조 탓에 주인공인 창석은 주로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다. 창석을 연기한 연우진은 "그분들(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캐릭터를 준비하며 마음속을 비어내려고 노력했다. 꾸며낸 모습들을 비워가는 작업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연우진은 "상실, 늙음, 죽음 이런 걸 듣고 나면 슬프고 우울해 연기할 때 감정을 억누르려고 했다"며 "영화를 찍고 보니 이런 것도 삶의 또 다른 부분으로 필연적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같은 상실의 시대에 사는 모든 이들을 위로할 수 있는 잔잔한 파동의 영화"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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