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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후회…"푸틴 상대하려면 독일 군사력 더 늘렸어야"

연합뉴스 입력 12.09.2022 11:15 AM 조회 1,284
"냉전 끝난 게 결코 아니더라"…국방비 증액 부족 시인
메르켈 총리(왼쪽) 퇴임 이전인 2021년 8월 푸틴 대통령 정상회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하기엔 독일 군사력 증강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르켈은 2005년 독일 첫 여성 총리에 올라 큰 지지를 받다가 지난해 12월 퇴임했는데, 직후인 올해 2월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그간 유럽 맹주로서 독일의 대응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 매체 디차이트 인터뷰에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독일 군사력 증강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독일은 러시아에 대응해 군비 지출을 끌어올렸으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제시한 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달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 협상하는 데 자신의 입지가 약해졌다고 시인하고, 독일 군을 현대화함으로써 푸틴 대통령을 저지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메르켈 전 총리는 특히 "러시아가 기본적으로 만족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냉전 시대가 결코 끝난 게 아니었다"면서 자신이 총리일 때 독일 군비를 증액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는 냉전 시대가 끝난 줄 알고 독일 군사력에 예산을 더 투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메르켈 전 총리는 특히 "우리는 러시아의 공격성에 더 일찌감치 대응했어야 한다"면서, 재임 시절 강력한 군사 억지력을 구축했어야 했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고도 고백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다만 재임 당시 그의 에너지 정책 때문에 독일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더 의존하게 됐다는 시각에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대체 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며, 대체 에너지 확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정치적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을 중재하려던 때 러시아의 유럽행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를 차단하는 건 러시아와 관계에 "치명적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켈 전 총리는 16년 재임 기간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임기 막판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며 유럽을 포함한 서방을 상대로 갈등을 고조시킬 당시 독일이 유럽 맹주로서 제역할을 했는지를 놓고 '메르켈 책임론'이 대두됐다.

후임인 올라프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믿을 수 있는 강력하고 최첨단의 혁신 군대를 만들겠다"며 군사력 증강을 천명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해 독일 의회는 6월 1천억유로(약 134조원) 규모의 특별방위기금 조성안을 승인하면서 GDP 대비 2% 국방비 확보에 청신호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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