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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고, 삶고, 튀기고, 볶고…수백개 메뉴 척척 주방로봇 "웨이브"

연합뉴스 입력 12.05.2022 09:28 AM 조회 1,177
김범진 대표 "2025년 세계 매장 3천곳 로봇 도입…연매출 1조 목표"
웨이브 김범진 대표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매장 주방. 뜨거운 기름에 튀겨지는 돈가스 앞에 조리사가 아닌 로봇이 서 있었다.

사람 팔을 닮은 로봇은 180도로 맞춘 식용유에 돈가스를 넣고 약 5분간 튀겨냈다. 기름 투입 전후에는 튀김기에 음식이 달라붙지 않도록 몇 차례 털고, 다시 사람에게 날라 주기까지 했다. 튀김기 6개 기준 한 시간에 50인분을 '지치지 않고'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로봇 앞에 재료를 가져다 놓고, 튀겨진 돈가스를 먹기 좋게 잘라 소스·반찬과 함께 손님에게 내기만 하면 됐다.

이날 로봇 조리는 4일 개점한 로봇 주방 운영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웨이브)의 자체 돈가스 브랜드 '돈까팡팡'의 운영 시연이었다.

직접 시연한 웨이브 김범진(30) 대표는 "주방 직원들이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요리를 하다가 건강을 해칠 위험도 줄이고, 로봇은 가스가 아닌 전기로 작동하기에 탄소 배출량도 낮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웨이브는 김 대표가 서울대 기계공학부 수업에서 만난 백승빈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2018년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해 주방 운영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주방 자동화 로봇을 매장 단위로 판매하기도 한다.



'아웃나우' 매장 주방의 튀김 로봇 설명하는 김범진 대표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성수동 웨이브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아마존, 쿠팡 등이 물류의 전 과정을 풀필먼트 서비스로 대행하듯이, F&B 사업에서 주방을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글로벌 확장까지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 규모 사업자의 빠른 지점 확장을 돕고, 대형 브랜드는 수천 곳의 매장에서 인건비를 절감하고 맛과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하도록 하는 데 방점을 뒀다. 김 대표는 "로봇 도입으로 인건비를 절반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미국의 주방 로봇 제조사 '피크닉'과 중동·인도의 주방 운영 서비스 '키토피', '레벨 푸즈' 등을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웨이브 로봇은 한두 가지 메뉴가 아닌 치킨, 스테이크, 찌개, 국수 등 350여 종의 다양한 메뉴에 쓰일 수 있는 점이 강점"이라며 "음식을 조리기에 넣고 빼는 등 일부 과정만 자동화한 다른 로봇과 달리 최대 80%까지 대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체 개발한 주방 로봇 시스템 관제 소프트웨어 로키스(ROKIS)가 숙련된 주방장처럼 효율적인 조리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사람의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도 실시간 주문에 따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조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로봇이 자칫 으깨 버릴 수 있는 방울토마토 등의 부드러운 식자재를 로봇이 다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범진 대표 [웨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웨이브는 서울 성수와 홍대에 PB 매장 '아웃나우', '포케포케', '경성보울'을 운영한다. 김 대표는 "PB 브랜드를 낸 이유는 핵심 고객인 외식사업자들에게 로봇의 효용성을 직접 보여 드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PB 매장 역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웨이브의 목표는 2025년까지 파트너사와 PB 매장을 합쳐 세계 3천 개 매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일본, 영국, 미국, 호주 등 인건비가 높은 나라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25년 연 매출 1조 원이 목표다. 최근의 성장 지표를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지난 5월 50억 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내년 1분기에 시리즈A 투자에 나선다. 김 대표는 "지난 4년간 진득하게 로봇 기술을 고도화한 점이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면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업계에서 가장 잘하는 기업이라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기 가장 쉬운 분야는 '먹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1∼3번은 음식을 먹잖아요? 먹는 것을 시작으로 혁신을 일으키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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