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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람의 향기" 감독 "인간 본성은 선해"

연합뉴스 입력 10.05.2022 09:10 AM 수정 10.05.2022 09:52 AM 조회 1,139
이란 배경 예술영화…"논리적이지 않지만, 인간이기에 대가 없이 선행"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하디 모하게흐 감독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바람의 향기'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가 5일 처음 공개됐다.

영화는 전신 마비 아들을 홀로 돌보는 하반신 장애가 있는 남자의 집에 전기가 나가자, 이를 수리하러 온 전력 담당자가 고장 난 변압기의 부품을 찾으러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는 여정을 따라간다.

인물들 간의 관계나 특별한 서사 없이 마른 흙먼지가 날리는 이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듯 담아낸 예술 영화다. 극중 인물들은 어려움에 부닥친 이를 외면하지 않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이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형이상학적인 영화"라며 "제가 영화를 창조했다기보다는 이 영화 옆에 존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좋은 사람이라면 저에게 다가오는 좋은 것들을 느낄 수 있고, 제가 이기적이라면, 그런 저에게 오는 아름다움을 알지 못할 것"이라며 "그래서 저는 열려있으려고 노력하고, 이 영화에서도 제게 주어진 삶을 그냥 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속에 인간의 본성을 녹여냈다고 했다.

주인공인 전력 담당자는 장애가 있는 부자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겪을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휴가까지 내고 부품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그 길목에서 눈이 먼 남성이 데이트하러 갈 수 있게 차를 태워주기도 하고, 꽃을 대신 꺾어주기도 하며 선행을 베푼다.

하디 모하게흐 감독은 영화 속 사람들이 서로를 돕는 이유에 대해 "인간 본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이란 사람이 착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휴머니티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영화는 특정 장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이야기로, 어떤 나라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면서 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것을 주는 사람들을 봤다"며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데도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지만, 인간은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모하게흐 감독은 영화에서 전력 담당자를 연기했다.

그는 직접 주연을 맡은 이유를 묻자 "영화에는 대사가 거의 없고 침묵의 순간들이 많다"며 "인간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전문 배우가 연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모하게흐 감독에게 부산 국제영화제는 특별하다. 2015년 자신의 두 번째 영화인 '아야즈의 통곡'(2015)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했으며, 뉴 커런츠 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그는 7년 만에 영화제를 찾은 소감에 대해 "한국에 다시 왔을 때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한국인들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환대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고 답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는 스토리텔링의 영화뿐만 아니라 예술 영화에도 바람을 넣어주는 행사"라며 "제 작품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들렸을 때 스스로 '왜 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날 모더레이터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영화가 너무 좋아서"라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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