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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맞은 美상업용부동산, 은행권 불안 "제2의 뇌관"?

연합뉴스 입력 03.22.2023 10:33 AM 조회 1,097
올해 만기 美은행권 상업용부동산 대출 353조…평가가치 하락 우려
미국 뉴욕의 사무용 건물군[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미국 중소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오피스 빌딩·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중소은행들의 대출이 금융 불안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데이터 제공업체 트렙을 인용해 미국 전체 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모기지) 가운데 80% 가까운 약 2조3천억 달러(약 3천조원)를 중소은행들이 빌려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 은행권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역대 최대 수준인 2천700억 달러(약 353조원)에 이르는데, 이 중 대부분은 자산 규모 2천500억 달러(약 327조원) 미만 은행들의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오피스 빌딩 담보대출의 건전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오피스 빌딩은 팬데믹 기간 입주기업들의 재택근무 추세 속에 평가가치가 떨어졌고, 최근 고금리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도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자 다수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경우 은행들은 담보물의 가치를 낮출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중소은행들의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와 예금 인출 흐름에 직면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은 보유 채권의 평가 가치 하락 후 자금 마련을 위해 손실을 확정했고 결국 무너졌다.

부동산담보 대출도 이와 유사하지만, 부동산은 물건별로 상황이 달라 동일한 가격을 매길 수 없는 만큼 담보 가치 하락 정도를 측정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토마시 피스코르스키 교수는 대출자들이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면서 "평가가치 하락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스코르스키 교수 등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이 보유한 대출·증권의 평가가치는 장부상 가격보다 2조2천억 달러(약 2천876조원) 작고, 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부동산 관련 대출로 추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예금자 가운데 절반이 돈을 인출해갈 경우 186개 은행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추정했다.

다행인 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 은행들의 대출 관행이 보수적으로 바뀌었고, 많은 건물의 가치가 여전히 대출 금액보다 높다는 점이다. 또 미 정부는 대출에 문제가 생겨도 은행들이 즉각적인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완충장치를 마련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다만 트렙에 따르면 지난달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MBS)의 연체율이 3.12%로 0.18%포인트 올라 2020년 6월 이후 2번째로 큰 상승 폭을 기록했고,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가격 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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