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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서 스크린으로 옮겨간 묵직한 질문들…영화 "나를 죽여줘"

연합뉴스 입력 10.05.2022 09:09 AM 조회 1,003
브래드 프레이저의 희곡 영화로 각색…장현성·안승균·양희준 안정적 연기 돋보여
영화 '나를 죽여줘'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도 보통 사람처럼 살고 싶어. 평생 아빠랑 살기 싫어."

선천적 지체장애를 가진 현재(안승균 분)는 성인이 되어가면서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만 간다. 아빠의 보호 아래서 살기보다는 친구와 함께 독립해 '평범한 어른'이 되고 싶다.

아빠 민석(장현성)도 고민이 커져만 간다. 어느새 커버린 아들의 성적 욕구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갑작스러운 아들의 독립 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은 민석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변화한다. 민석의 경추 안쪽으로 자라기 시작한 뼈가 신경선을 차단해 몸이 점차 굳는다는 것.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이기 싫은 아빠는 그토록 반대했던 독립을 아들에게 권하고, 아들은 아픈 아빠를 돌보겠다며 그의 곁에 남는다.

아들과 동생의 보살핌에 의존해 살아가던 민석은 점차 몸이 굳어가며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진다. 고통이 커질수록 생에 대한 의지를 잃어가던 민석은 애인 수원(이일화)에게 더는 살고 싶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이를 알게 된 현재는 아빠를 위해 안락사를 제안한다.



영화 '나를 죽여줘'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나를 죽여줘'는 선천적 지체장애를 가진 아들 현재와 후천적 장애를 앓게 된 아버지 민석의 이야기다.

캐나다 극작가 브래드 프레이저의 희곡 '킬 미 나우'를 각색한 이 작품은 공간적 배경을 캐나다에서 강원도 춘천으로 옮기고 인물의 설정에도 변화를 줬다. 하지만 장애인의 성(性), 존엄하게 죽을 권리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은 그대로다.

또 알코올성 태아증후군을 앓고 있는 현재 친구 기철(양희준),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증을 가진 현재의 고모이자 민석의 동생 하영(김국희)이 민석·현재 부자와 함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생활하는 모습은 대안적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극 '킬 미 나우'의 국내 공연에서 아버지 '제이크' 역을 맡았던 배우 장현성은 영화에서도 아빠 '민석'으로 분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지체장애인 현재를 연기한 안승균, 정신병을 앓는 기철을 연기한 양희준 또한 인상적인 연기로 몰입감을 더한다.



영화 '나를 죽여줘' [트리플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익환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많이 생각했던 것은 이 작품이 정의하는 '우리'였다"며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몸의 장애, 마음의 장애, 관계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완벽하지 않은 우리들이지만 그 안에서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는 재미보다 고통이 더 커지는 시점에 우리는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삶과 죽음, 격을 지키고 사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질문이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공유되는 시간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19일 개봉. 119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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