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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곡창지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가격 급등’

주형석 기자 입력 03.05.2022 09:09 AM 조회 7,018
세계인의 주식 ‘밀’, 가격 33% 오르며 14년만에 최고치 기록
콩, 옥수수 가격도 줄줄이 상승.. 쌀, 대체재 기대 속 6% ↑
우크라이나 항구, 모두 폐쇄.. 농부들 대다수 군에 징집된 상태
농약, 비료 등 구할 수 없어 농사 불가능.. 세계 물가 불안 심화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식량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3대 비옥한 평야가 있는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데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농사를 짓지 못해 각종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농경지 면적만 약 42만㎢로 한반도(약 22만㎢)의 거의 두 배에 달하고, 흑토로 잘 알려진 비옥한 땅에서 밀과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서구인들의 주식인 밀 수출량은 세계의 12%를 차지할 정도다.

구로카와 유지 前 우크라이나 일본대사는 과거에 만약 21세기에 들어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그 위기에서 구해줄 나라라고 우크라이나를 표현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2월) 24일 이후에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이 여파로 밀과 옥수수 등에 이어 쌀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물 쌀(현미) 선물 가격은 이틀 전인 지난 3일(목) 100파운드(약 45.3㎏)당 16달러 36센트에 거래됐다.

1주일 전보다 6.1% 오른 것으로 2020년 5월 이후 1년 10개월만에 최고가 기록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재배되지 않는 쌀값이 급등한 것은 이미 폭등하고 있는 밀 가격으로 밀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쌀이 밀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5월물 밀(소맥) 선물 가격은 부셸(27.2㎏)당 11달러 34센트로 올랐다.

밀(소맥) 선물 가격은 1주일 새 33% 치솟아 14년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옥수수 가격도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옥수수는 4분의 3부셸당 7.66달러로 2.5%가 올랐다.

대두(콩)는 0.6% 상승한 2분의 1부셸당 16.78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곡물 시장에서 미국과 더불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인데 세계 밀 수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가 29%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옥수수 시장에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전세계 옥수수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곡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 우려 때문이다.

러시아가 흑해를 통해 우크라이나 남쪽으로도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의 항구는 모두 폐쇄된 상황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농부들 대다수는 군에 징집됐는데다, 비료와 농약을 확보할 수도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주요 곡물 가격이 모두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ereal 브랜드 Kellogg와 식품업체 General Mills 등은 원가 부담을 덜기 위해서 이미 제품 가격을 인상한 상태다.

곡물뿐 아니라 비료까지 거의 모든 것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물가가 치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서둘러 곡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산 옥수수와 대두 수입을 최근에 들어서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세계 곡물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로부터 옥수수와 보리를, 러시아에서 해바라기씨유를 수입했다.

브라질에서도 곡물을 수입할 수 있지만 브라질은 지난해(2021년)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줄었다.

중국의 곡물 수급 상황이 매우 빠듯하기 때문에 미국 서북부에서 대두 등을 수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에까지 손을 뻗칠 정도로 매우 공격적이고 저돌적으로  곡물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번 곡물 공급난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보통 4~5월에 옥수수를 심고, 밀의 파종도 같은 시기인 봄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벌써 3월이라는 점에서 현재 전쟁의 양상과 피해를 고려하면 공급망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올해(2022년) 우크라이나 경우 밀 농사와 옥수수 농사가 제대로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국에서는 올해 밀 생산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분석정보업체 Gro Intelligenc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옥수수 재배 면적은 지난해 9,340만 에이커(약 37만㎢)였는데 올해 9,500만 에이커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3월) 초 美 연방 농무부가 제시한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미국 대형 농업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특수라는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인데 밀 공급이 현저히 감소하는 만큼 쌀로 수요가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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