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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감도는 우크라, 13만명 민병대 조직해 게릴라전 준비

연합뉴스 입력 01.28.2022 09:38 AM 조회 774
"전국에 25개 향토방위 여단…러시아군 인명피해 극대화"
"지형지물 잘아는 현지인 비정규전으로 군사력 열세 극복"
2022년 1월 22일 우크라이나 향토방위 대원들이 키이브 시내 공원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위협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게릴라전을 염두에 둔 13만명 규모의 민병대를 조직하고 있다.

설사 정규군이 패배해 러시아군의 진주를 막지 못하더라도 비정규전을 통해 러시아 측의 인명 손실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28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현재 수도 키이브(러시아명 키예프)를 비롯한 국토 전 지역에 25개 향토방위 여단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해 자기 손으로 삶의 터전을 지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향토방위 여단의 총인원은 13만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사령관으로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강제병합 당시 도네츠크 국제공항을 점령하려는 친러 반군과의 전투를 지휘한 유리 갈루슈킨 장군이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향토방위 여단이 러시아군과 맞서는 우크라이나 정규군의 측면을 보호하고, 게릴라전 등으로 러시아군에 인명피해를 강요하는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주변 지리를 잘 아는 현지인들로 구성된 향토방위군이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민병대를 조직하는 건 자국의 군사력이 러시아군과의 전면전을 감당할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인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2년 1월 26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로스토프 지역에서 야포를 발사하며 실탄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2014년 러시아의 첫 침공을 겪은 이후 꾸준히 역량을 강화해 현재는 26만 명 규모로 커졌고, 무장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실해졌지만 여전히 러시아군과 비교해선 크게 열세로 평가된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침공시 러시아군이 겪을 인적ㆍ물적 손실을 극대화함으로써 침략 의지를 꺾는 것이 최선의 전략일 수 있다.

레즈니코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지킬 최선의 방법은 공격자가 용납할 수 없는 규모의 손실을 겪고, (독립국 우크라이나의 종말이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형세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계획에는 취약한 지점이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향토방위 여단이 정규군의 70%에 해당하는 역량을 지닐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그만큼의 전투력을 보일지 미지수다.

FP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행정부가 카타르를 경유해 리비아 반군에 지원한 무기가 외부로 유출돼 이슬람 무장세력의 손에 넘어갔던 것처럼 무기 관리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군과 향토방위군 간의 소통과 지휘체계를 수립하는 것도 문제다.

정규군보다 기율이 약한 탓에 인권유린과 일탈행위가 발생할 소지가 있고, 게릴라전이 횡행해 군인과 민간인의 구분이 모호해지면 오인 살상 등으로 심각한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크다. 



2022년 1월 2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친러 반군과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참호 안에서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전으로 러시아군의 인명피해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러시아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FP는 진단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 벌어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년)에서 이슬람 반군의 게릴라전에 심각한 인명피해를 겪었다. 이 전쟁에서의 패배는 소련 해체와 냉전 체제의 붕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런 까닭에 러시아군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침공과 시리아 내전 등에서 임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의 병력만을 투입하며 인명피해를 줄이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FP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치적 취약점을 드러낸 시점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작년 러시아에서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에 중독돼 살해될 뻔한 사건과 관련해 수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 악화와 권력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반감도 위험수위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당국자는 현 상황이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일종의 '숫자 맞추기'가 됐다면서 "푸틴이 러시아 국내의 정치적 균형을 무너뜨려 정권을 위험에 빠뜨릴 (대규모) 인명피해 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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