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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북미 주류시장 안착…음반 수출 2억불 대기록 눈앞

연합뉴스 입력 12.01.2021 09:33 AM 조회 949
올 수출 작년 기록 이미 경신…美 빌보드 최상위권 예삿일
美 유명 음악 프로그램도 K팝 잇따라 모셔가…"조회 수 보장"
"K팝을 좋아하는 이유요? 노래가 매우 좋고 가사가 의미 있어요. 소속사의 마케팅도 훌륭합니다."

◇ K팝 음반 수출액 경신…'꿈의 차트' 빌보드에 한국 팀 넘친다 

1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반 수출액은 올해 1∼10월 1억8천974만8천달러(약 2천256억원)를 기록해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음반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1억3천620만1천달러(약 1천620억원)로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올해 아직 두 달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수출액 2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신기록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K팝 음반을 어느 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 갔는지 보면 일본이 6천703만4천달러(약 797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대만, 태국 홍콩 순이었다.

특히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수출액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9년 전인 2012년에는 전체 음반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2.2%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월 현재 17.1%까지 치고 올라왔다. K팝 한류가 일본·중국 등 아시아 중심에서 북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음원 유통사 지니뮤직의 해외 매출은 2019년 121억원에서 지난해 192억원으로 58.7%나 급증했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그만큼 해외 플랫폼에서 K팝 음원을 더 많이 듣는다는 이야기"라며 "해외 매출은 올해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음악 시장의 동향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빌보드 차트에는 K팝 스타들이 수시로 오르내린다. 두 메인 차트인 '핫 100'(싱글)과 '빌보드 200'(앨범) 진입 성공 사례가 잇따르다 보니 그 밖의 여러 하위 차트 진입은 이제 어지간한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올해만 보더라도 방탄소년단은 '버터'(Butter)로 빌보드 핫 100에서 무려 10주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와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도 각각 1위에 올랐다.

다른 K팝 가수로 눈을 돌려도 빌보드 선전은 눈에 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으로 빌보드 200 2위를 기록했고, 트와이스와 있지도 이 차트에서 각각 3위·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에이티즈, 엔하이픈, 몬스타엑스, 블랙핑크 리사, 에스파, NCT 127 등 많은 K팝 스타들이 빌보드 메인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데뷔 1년 만에 빌보드 메인 차트에 진입한 걸그룹 에스파.





◇ K팝은 전 지구적 현상…확대·재생산 통해 하나의 '놀이'로 

K팝이 이처럼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비결을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요즘은 신보뿐만 아니라 가수의 과거 음악과 음반까지 듣고 구매하는 현상이 나타날 만큼 K팝에 대한 전 지구적인 관심이 확장하고, 신규 팬덤이 시장에 지속해서 유입되고 있다"며 "K팝이 전방위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호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전 세계인들이 K팝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챌린지'·'리액션' 영상 등으로 프로슈머(소비자 겸 생산자)가 돼 재생산(Re-creative)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며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더 나아가 재생산 콘텐츠를 만들고 즐기는 것이 K팝만의 새로운 놀이 문화이자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K팝의 성공 비결로 '입소문'을 꼽았다.

이 교수는 "K팝이 1∼2년 사이 혜성처럼 나타난 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는 20년, 서구에서도 10년 넘게 이미 인기를 끈 역사가 있다"며 "인터넷 미디어를 많이 활용하는 세대는 주류 미디어보다 유튜브, SNS, 틱톡 등을 통해 노래와 퍼포먼스를 직접 듣고 경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게 SNS와 유튜브를 통해 퍼지는 게 바로 입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요즘 팬들은 워낙 유튜브에 자발적으로 자막과 해석본을 잘 만들어 올리기 때문에 한국어가 가진 생경함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기성 미디어에서 유튜브 등으로) 문화의 축이 옮겨갔고, 그 바뀐 흐름의 수혜자가 K팝"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CBS TV '코든쇼'에서 '퍼미션 투 댄스' 무대를 꾸미는 그룹 방탄소년단





◇ 미국 TV 출연 줄이어…언어의 장벽 넘은 비결은 

K팝의 미국 내 '대중적' 영향력 확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현지 TV 출연이다. 현지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어로 된 노래가 내로라하는 굵직한 방송에 줄지어 나오고 있다.

세븐틴과 트와이스는 음반 출시와 동시에 미국 유명 음악 방송 'MTV 프레시 아웃 라이브'에 출연해 신곡 '록 위드 유'(Rock With You)와 '사이언티스트'(SCIENTIST)를 불렀다.

NCT 127도 이달 미국 NBC 유명 토크쇼 '켈리 클락슨 쇼'에 출연해 신곡 '페이보릿'(Favorite)을 선보였다.

아예 블랙핑크의 리사처럼 국내가 아닌 미국 방송에서 먼저 신곡을 내보내는 사례도 있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NBC '팰런 쇼'에서 솔로곡 '라리사'(LALISA) 데뷔 무대를 꾸몄다.

미국 방송가가 K팝 가수에게 이처럼 문을 활짝 연 배경은 무엇일까.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K팝 아티스트가 미국에서 인기가 있다"며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현지 출연을 못 하게 돼 한국에서 대신 촬영해서 보내주는 영상의 퀄리티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미국 주요 TV 쇼는 프로그램마다 섭외를 담당하는 일종의 외부 에이전시인 '부커'(Booker)가 있다. K팝 그룹과 연계된 해외 에이전시나 음반 레코드사가 이들 부커와 연계해 출연을 논의한다.

미국 현지 출연은 당연히 해당 TV 방송국의 인력과 비용으로 무대를 꾸미겠지만, 한국에서 송출하는 K팝 가수들은 한국 기획사가 거의 비용을 댄다. 주로 뮤직비디오 세트장 혹은 방송국 스튜디오 등을 빌려 촬영이 이뤄지는데, 무대의 질을 높이려다 보니 회당 촬영 비용이 1억∼2억원이나 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미국 방송사 입장에서는 공짜나 다름없는 비용에 훌륭한 무대 한편이 '뚝딱' 나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 기획사 관계자는 "K팝 아티스트의 방송 무대는 미국 아티스트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훌륭한 퀄리티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K팝 가수가 출연한 편의 유튜브 조회 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K팝 팬들은 다른 팬덤에 비해 응집력이 강하기 때문에 유튜브 조회 수 역시 다른 출연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 방송사 입장에서도 K팝 스타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블랙핑크의 리사가 '팰런쇼'에서 선보인 '라리사'(LALISA) 무대 영상의 유튜브 조회 수는 2천300만건이 넘었다.

미국 최고의 팝스타로 꼽히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2017년 11월 이 방송에서 부른 '뉴 이어스 데이'(New Year's Day) 무대 영상 조회 수가 4년간 930만여 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화력'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보편화되고 치료제까지 개발되면서 미국 방송가에도 '위드 코로나' 바람이 부는 점은 변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는 달리 스튜디오 현장 출연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날 경우 최소 3일 이상이 소요되는 해외 스케줄을 내기가 가수들로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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