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두달전 우크라이나 전사자 시신 757구를 송환했다. 마지막 757번째 시신은 다른 시신들보다 유독 작고 가벼웠다. 인식표에는 "이름 미상, 남성, 관상동맥에 심한 손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이 인식표 기재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으며 우크라이나 여성 언론인 빅토리야 로시나로 밝혀졌다.
시신은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 발끝에는 전기고문 흔적으로 보이는 화상이 있었다. 갈비뼈도 부러져 있었고 머리와 둔부에는 폭행의 흔적 같은 찰과상이 남아 있었다. 턱 아래 목뿔뼈(설골)도 부러져 있었는데 이는 목 졸림 피해자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뇌와 두 안구도 모두 사라진 채였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로시나 기자의 장기가 사라진 탓에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로시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시민들에게 어떤 불법 고문 행위를 저지르는지 취재하던중 러시아군에 붙잡혀 참혹한 죽음을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워싱턴 포스트 오늘자(4월30일)보도에 따르면 로시나 기자가 러시아군에 붙잡힌 것은 2023년 8월께로 추정된다. 그는 앞서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 소속으로 잠입 취재에 성공해 러시아군의 잔학행위를 폭로한바 있다. 로시나는 이번에도 러시아 점령지 자포리자 인근 지하시설에 잠입하려 했지만 결국 검거돼 러시아의 구금 시설로 끌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사 조력도 받지 못한채 바깥세상과 소통하게 된 것은 붙잡힌 지 약 1년 만에 이뤄진 부모님과의 통화였다.
로시나 기자는 구금시설에서 투여받은 정체불명 약물의 영향으로 식음을 전폐했다. 러시아 당국이 로시나의 사망 사실을 우크라이나 측에 통보한 것은 작년 10월이었다. 사망 당시 28세로, 러시아에 붙잡힌 채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언론인은 그가 처음이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로시나 기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전쟁범죄 혐의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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