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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이주민 노동자에 중독된 선진국…"장기적으론 독일 수도"

연합뉴스 입력 03.04.2024 09:07 AM 조회 223
외국인 노동자 선진국행 급증…"자동화 위한 투자·구조조정 등 미뤄져"
미국의 농장에서 일하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선진국들이 이주 노동자들에 점차 더 의존하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선진국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의존이 일부 지역에서는 생산성을 저해하고 노동력 부족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 모색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력 부족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란, 자동화에 대한 대규모 투자나 사업장 폐쇄 같은 더 급진적인 구조조정 등을 말한다. 이 같은 대책은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이민 정책 센터(MPC)의 마틴 루스 교수는 "산업이 이민자 채용을 장려하는 구조가 되면, 이를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 선진국들은 인구 절벽에 직면했고,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들 전반에 걸쳐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분석에 따르면 2050년 유럽연합(EU)의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5분의 1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고령 인구의 은퇴를 늦추는 방법도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평가된다.

근래 미국, 캐나다와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으로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3배 많은 이주민이 몰리는 중이다. 작년 미국에 입국한 이민자도 2010년대 평균인 90만명보다 3배 이상 많은 330만명에 달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추세 속에 현재 미국 농업 노동자의 4분의 3, 건설·광업 노동자의 30%는 외국인 이민자가 채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1년 미국 전체 노동 인구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6%였지만 2021년에는 18%로 상승했다.

영국에서도 2020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단행 이후 기업들이 인력을 구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이민이 급증했다.

독일에서는 도축장 근로자의 약 80%가 외국인 노동자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구인광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일부 연구에 따르면 저숙련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경제 확장 속도를 좌우하는 생산성 성장에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2022년 나온 덴마크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전반에서 노동 생산성 성장이 둔화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이나 영국의 농업 분야의 생산성은 10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반면 OECD 자료에 따르면 좀 더 제한적인 이민 정책을 시행하는 한국이나 일본은 노동 생산성이 연간 1.5% 정도 성장했다고 WSJ은 소개했다.

캐나다에서는 정부가 고숙련 외국인 노동자 대신 학생이나 저숙련 임시직 노동자들의 유입을 크게 늘리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경제학자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 노동자를 아예 차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민자의 노동력으로 만들던 제품 가격은 더 비싸지고, 빈국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선택권도 사라진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민을 일부 허용해 고령화돼 가는 국가의 활력을 찾는 것과 외국인 노동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이를 위해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기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체코에서는 일부 농민들이 딸기를 모니터링하고 수확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고,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테블 에어로보틱스는 과일 수확용 드론을 개발했다.

영국의 개발업체 필드 로보틱스도 플라스틱 팔 4개가 달린 182㎝ 길이의 라즈베리 수확용 로봇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 버몬트주의 낙농가인 오난 위트컴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80만달러(10억6천만원)를 들여 네덜란드산 '우유짜는 로봇'을 구입했다.

위트컴은 이 로봇 도입 후 우유 생산량이 30% 늘었고, 염증성 질환인 유방염 발생률도 80%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 2.5 명을 고용하지 않아도 됐고, 7년 만에 로봇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위트컴은 "300마리 젖소에서 우유를 짜던 것을 240마리로 줄였는데도 여전히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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