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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 면하나.. 툭하면 살얼음판 '부채상한' 뭐길래

박세나 기자 입력 05.28.2023 04:10 AM 수정 05.28.2023 11:47 AM 조회 6,545
누적된 빚 상한선.. 넘으면 정부지출 중단돼
'디폴트' 여야합의 의회승인으로 증액 가능해 쉽게 정쟁 비화
수입보다 지출 많은 구조.. 부도사태 닥치면 경제재앙
여야가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부채상한 증액에 어제(27일) 잠정 합의했다.

한국으로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닥칠 미국발 위험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희소식이다.

미국의 부채한도 제도는 무엇이며 여야는 왜 툭하면 이를 두고 정쟁을 벌여 외국까지 불안하게 하는 것일까. 

◇ 부채한도는 쌓인 빚의 상한선…의회승인 받아야 증액

부채한도란 연방정부가 지닐 수 있는 누적된 빚의 법적인 상한선이다.

미국은 대다수 국가와 달리 연방정부의 채무 총액에 제한을 두고 있으며 그 한도를 바꾸려면 의회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

부채한도는 필요할 때마다 의회를 거쳐 조정되는데 현재 상한은 31조4천억 달러(약 4경1천699조 원)다.

연방정부는 한도 내에서 국채발행 등 방식으로 돈을 빌려 사회보장, 의료보험·보호, 국방 등 공공서비스를 해왔다.

정부는 부채한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의회가 상한이 증액되지 않으면 결국 돈을 더 쓸 수 없게 된다.

여야의 이견 때문에 의회의 부채한도 증액이 불투명해진 게 바로 현재 상황이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다음 달 5일에 정부 돈이 바닥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정부의 재정 고갈은 공공서비스 중단뿐만 아니라 정부가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즉 국가부도로 직결된다.

◇ 툭하면 부채한도 위기…버는 돈보다 쓰는 돈 많기 때문

문제는 부채가 계속 늘어 한도 내에서 서비스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자꾸 닥친다는 점이다.

국내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는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구조에 있다.

정부 수입은 주로 세금에서 나오는 까닭에 행정부의 과세정책이 정부 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아울러 전쟁이나 경제위기, 전염병 대유행처럼 지출이 갑자기 증가할 때도 부채 변동이 심했다.

연방정부의 부채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한 1980년대에 감세정책과 더불어 크게 늘었다.

미소냉전이 1990년대에 종식되자 군비지출이 줄고 경제호황으로 세금수입이 늘어 부채는 줄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에 따른 경기침체,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때문에 부채는 다시 급격히 늘었다.

연방정부의 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형은행 구제금융, 실직자를 위한 안전망 확충 때문에 다시 늘었다.

의회가 정부의 부채상한을 늘린 것은 1960년대 이후 78차례에 달한다.

◇ 최근 부채 급증…현재 미 정부보다 돈많은 부자가 24명

국내 언론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방정부는 매년 4천억∼3조 달러(약 531조∼3천984조 원) 규모 적자를 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대대적 감세안이 시행되면서 그의 재임 기간에만 부채는 7조8천억 달러(1경358조 원) 늘었다.

트럼프 정부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문에 정부부채는 또 크게 늘었다.

보건과 경제위기에 동시에 대처하는 데 재정지출 확대가 주요 수단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 미국은 이미 올해 2월 31조4천억 달러 규모의 현 부채한도에 도달했다.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재무부 현금 잔고는 현재 약 495억 달러(약 65조 원)로 이는 전세계 최고 억만장자 24명보다 적은 수준이다.

일례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각각 순자산 1천890억 달러, 1천790억 달러를 보유한다.

정부에 현금이 쪼들리면 결국 직접적인 타격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연방정부 지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공적인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메디케어로 한 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국방비가 예산의 12% 정도이고 교육, 직업훈련, 퇴역군인 수당 등이 그 뒤를 따른다. 

◇ 디폴트 땐 '재앙'…"미 경기침체 넘어 글로벌 주식시장 파탄"

글로벌 경제 중심에 있는 미국이 디폴트로 국가부도 사태를 맞으면 미국은 재앙을 맞이하고 글로벌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정부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 미국인 가계, 글로벌 금융시장에 회복할 수 없는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달러화 신뢰 추락으로 경기침체(국내총생산의 지속적 감소)에 빠질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 공무원 휴직을 넘어 수많은 실업자가 터져 나오고 주택시장도 망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같은 충격파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전파돼 글로벌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 이번에도 '재앙' 면할까…이견 좁히기 속 살얼음판 걷기

미국이 이날에서야 부채한도 상향에 잠정 합의한 건 백악관과 공화당이 그간 한도 인상에 다른 조건을 내걸어왔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상향하는 대신 사회보장 등 분야에서 연방정부 지출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백악관은 조건 없이 부채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맞섰다.

큰 규모의 지출 삭감은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게 백악관 입장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향후 2년간 부채 한도를 상향하고, 대신 같은 기간 정부 지출을 제한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6월 5일로 설정된 '국가부도의 날' X-데이트를 피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칙적 합의로, 해당 합의안이 31일 공화당 다수의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내 강경파는 대규모 예산 삭감을 요구해온 만큼 이들의 반발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현지언론은 경계한다.

미국에서는 부채상한 협상을 두고 심한 진통을 겪은 적이 종종 있었으나 실제 디폴트로 이어진 적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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