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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왜 2년 만에 150㎞대 강속구를 던졌나

연합뉴스 입력 06.21.2021 10:16 AM 수정 06.21.2021 11:00 AM 조회 2,287
급격히 떨어진 체인지업 제구력…필요에 의해 다시 꺼낸 강속구
류현진의 남은 선수 생활, 체인지업 부활에 달렸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20일(미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방문경기에서 약 2년 만에 시속 150㎞대 직구를 던졌다.


그는 4-1로 앞선 6회말 1사에서 상대 팀 트레이 맨시니와 9구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는데, 마지막 한가운데로 던진 직구 구속이 시속 93.6마일(151㎞)을 찍었다.

류현진이 150㎞대 직구를 던진 건 2019년 9월 29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류현진은 경기 후 '2년 만에 150㎞대 직구를 던졌다'라는 취재진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 저절로 힘이 생긴 것 같다"며 웃었다.

류현진은 자신의 말처럼, 갑자기 초인적인 힘이 생긴 것일까.

아니다. 이유가 있다. 류현진이 150㎞대 직구를 던진 건 현재 몸 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토론토 류현진
◇ 류현진은 강속구를 못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사실 류현진은 강속구를 잘 던진다.

그는 KBO리그 한화 이글스에서 150㎞대 강속구를 밥 먹듯 던졌고, MLB 진출 초기에도 그랬다.

그러나 류현진은 MLB 2년 차였던 2014년부터 강속구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강속구의 필요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데뷔 시즌을 치른 류현진은 다양한 변화구, 제구력만으로도 MLB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류현진은 무리한 방법 대신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강속구에 욕심내지 않고 완급 조절에 초점을 맞춰 진화해나갔다.

자기가 가진 힘과 체력을 절묘하게 배분하는데 방향을 맞췄다.

그는 위기 상황에 놓여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류현진은 강속구를 놓은 덕분에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이닝 이터가 됐고, MLB 최고레벨의 투수가 됐다.

강속구 투구를 꺼리는 모습은 어깨 수술을 받은 뒤 더 짙어졌다.

◇ 지금은 류현진에게 강속구가 필요하다

류현진이 근 2년 동안 던지지 않던 150㎞대 강속구를 다시 꺼낸 이유는, 이날 경기에서 강속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류현진은 주 무기인 체인지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체인지업은 우타자를 기준으로 바깥쪽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다. 우타자를 잡는 데 효과적이다.

류현진은 한화 소속 시절부터 체인지업을 '필살기'로 활용했다.

그런데 올해엔 어떤 이유 때문인지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는다.

투구 시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

MLB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올 시즌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0.269에 달한다. 지난해(0.185)에 비해 크게 늘었다.

류현진은 20일 볼티모어 전을 앞두고 평소 하지 않던 불펜 투구 훈련을 자청하며 체인지업 교정에 힘쓰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류현진은 1회 맨시니에게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중월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날 경기 초반 류현진이 던진 대다수의 체인지업은 높게 형성됐다.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지 못했다.

주 무기를 잃은 류현진은 직구-컷패스트볼 등 직구 계열의 공으로 상대 타자들을 상대했다. 느린 변화구가 필요할 땐 커브를 활용했다.

6회 맨시니 타석. 류현진은 풀카운트에서 직구 2개와 컷패스트볼을 1개 던졌는데 모두 커트 당했다.

이제 커브를 던져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밑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를 던지면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볼넷을 내줄 가능성도 커진다.

볼넷을 매우 싫어하는 류현진은 포수의 커브 사인에 고개를 흔들었다. 다시 직구를 택했다.

대신, 아주 세게 던졌다. 마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한가운데로 강하게 던졌다.

맨시니의 배트는 반응했다. 공은 중견수 정면으로 날아가 아웃됐다. 류현진이 '힘'으로 맨시니를 누른 것이다.

◇ 류현진에게 남은 숙제, 체인지업 부활

류현진은 "저절로 힘이 생긴 것 같다"며 얼버무렸지만, 150㎞대 강속구를 던져야 하는 현재 상황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그는 강속구 대신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져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류현진은 "체인지업은 그동안 가장 자신 있게 던지던 구종"이라며 "제구가 흔들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인지업을 못 던지면 경기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어떤 수를 써서라도 고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본인의 말처럼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체인지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나이가 적지 않은 류현진은 계속해서 몸에 무리가 가는 강속구를 던질 수 없다.

예전처럼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게 올바른 길이라는 걸 류현진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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