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남녀들을 만나면서 공평하다고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누구나 고민이 있고, 단점이나 콤플렉스가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걸 스스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인데, 남들이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본인이 그렇다고 느끼면 그 마음의 짐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30대 후반의 여성이 있었다. 부모가 하는 일마다 실패해서 늘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녀는 가난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명문대에 합격한 후 바로 독립해서 가족과 동떨어진 생활을 했다.
그녀는 배우자 조건으로 좋은 집안을 1순위로 원했다. 부모가 재력과 지위를 가진 명망가 집안의 남성을 만나고 싶어했다. 대신 남성은 학벌이나 직업이 평범해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중매하는 입장에서는 생각이 좀 달랐다. 한국의 결혼은 양가의 균형과 조화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에는 집안이 좋은 사람들은 비슷한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쪽 집안이 기우는 만남은 잘 안 된다.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집안 차이가 너무 나면 나중에 서로 힘들어집니다. 가정은 평범하더라도 똑똑하고 유능한 남성을 만나는 게 좋겠어요.”
“그럴 거였으면 벌써 결혼을 했겠죠. 원하는 사람 찾아주는 게 결정사 역할 아닌가요?”
그녀는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나가버렸다. 몇 년 후 그녀의 소식을 들었는데, 아직도 싱글이었다. 이제는 나이가 많아져서 집안은커녕 자신과 비슷한 남성도 만나기 힘들어졌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다.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남녀가 있는데, 딱 하나 걸리는 부분이 남성의 키가 작고, 여성은 오히려 키가 큰 것이었다. 살다보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데, 첫 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신체적 조건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다.
여성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보장하는 남성이 있는데요. 정말 괜찮은 남성이니까 나 믿고 한번 만나보실래요?”
여성에게 남성의 직업, 가정환경, 학력 등을 설명하자 만나보겠다고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만남 결과를 기다렸다. 내심 키 작은 사람 소개했다고 여성이 항의하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성의 목소리가 경쾌했다. 결과가 좋다는 느낌이 들어서 걱정했던 부분을 털어놓았다.
“사실 말 안 한 부분이 있는데요···.”
“그분 키 작다는 거요? 근데 그렇게 작게 안 보였어요.”
“어땠어요?”
남성이 먼저 와 앉아있어서 처음에는 키가 작다는 걸 몰랐다고 한다. 서로 통하는 게 많아서 대화 내내 즐거웠고, 그대로 헤어지기가 아쉬워서 본인이 먼저 치맥이나 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남성이 얘기를 하더란다.
“저 키 작은데 그렇게 안 보이죠?”
농담처럼 가볍게 얘기하는데, 정말로 남성이 안 작아보였다고 한다. 그 때 여성은 이미 키가 크고 작고를 갖고 남성을 판단하는 단계를 넘어선 것이다. 두 사람은 결혼해서 잘살고 있다.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콤플렉스가 있다. 대부분은 결혼해서 무난하게 살지만, 이혼하는 상당수는 이런 경우가 많다. 자기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당신도 콤플렉스가 있지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기죽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