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사람이라고 더 행복하고, 많이 못 가졌다고 불행하지는 않다. 그래서 인생은 공평하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조건이 좋다고 결혼을 잘하고, 빨리 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커플닷넷은 최근 10년 동안 결혼한 회원들 중에서 배우자지수 86.7점 이상인 상위그룹과 58.1점 이하인 하위그룹 각 305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이르기까지 몇 번 미팅을 했는지를 조사했다.
배우자지수는 학력, 직업, 연봉, 부모의 경제력 등 수직적 조건과 나이, 종교, 키 등 수평적 조건을 크로스 체크해서 종합한 지수이다. 그 결과, 배우자지수 상위그룹은 평균 9.8회 미팅을 했고, 하위그룹은 4.3회 미팅 후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건 좋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2배 이상 미팅을 더 많이 하고 결혼을 한 것이다. 만남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결혼에서 꼭 유리하지만은 않다. 많은 이성을 만나다 보니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한다.
본인의 조건이 좋으니 결혼상대를 더 까다롭게 고르는 경향도 있고, 미팅을 하면서 눈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5~6년 동안 몇 차례 재가입을 하면서 소개를 많이 받아온 40대 초반 전문직 남성이 있었다. 어느 날 추천하는 여성의 프로필을 듣더니 “이 정도 여성을 만나려고 했으면 벌써 결혼했을 것”이라면서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고 했다.
그는 요즘 들어 초기에 만난 여성들이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여성들을 다시 만난다면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면서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남녀관계는 서로 마음에 들어야 성사가 된다. 세상에 내 기준에 맞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왜 없겠는가. 그런데도 결혼을 하기 어려운 것은 나 또한 그 사람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지’라고만 하지 말고, 한번쯤은 상대의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본다면 만남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