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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마윈 통해 인터폴 수배 사업가 압박 "고위직 숙청 도우라""

연합뉴스 입력 04.29.2025 08:32 AM 조회 239
가디언·ICIJ "마윈, 2021년 지인에게 전화해 前공안 2인자 사건 협조 종용"
"中, 정치적 목적으로 인터폴 적색경보 악용…지인 동원해 회유·협박 등 심리전"


가디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공동 취재한 탐사보도 시리즈 '차이나 타깃'(China Target)에서 프랑스 법원에 제출된 녹취록 등 법률 서류를 토대로 마윈이 2021년 프랑스에 거주하던 사업가 H에게 전화해 당국의 협박성 메시지를 전달하며 귀국과 수사 협조를 종용했다고 전했다.

중국 태생으로 싱가포르 국적인 H는 2020년 자금 세탁 등 혐의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그가 투자한 개인 간(P2P) 대출업체 퇀다이가 2019년 불법 자금 모금 혐의로 당국 단속을 받았는데 중국 경찰은 H가 투자금 일부를 빼돌리는 것을 도왔다고 봤다.

H는 당국과 지인들의 전화 공세, 누이의 체포 등 다양한 형태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귀국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인터폴 적색수배도 그중 하나였다.

H는 2021년 3월 전용기를 타고 프랑스 보르도 공항에 내렸다가 적색수배에 따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프랑스 당국은 그를 중국으로 범죄인 인도를 할지 검토하기 위해 여권을 압수했다.

이런 압박은 한 달 뒤인 2021년 4월 마윈의 전화로 정점을 찍었다.

보르도에서 범죄인 인도 심리를 기다리던 H는 오랜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마윈의 전화를 받았다. 마윈은 H가 즉시 중국으로 들어오게 하라는 당국 요청에 따라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H는 "그들이 당신에게 접근했느냐"고 물었고, 이에 마윈은 "음. 그들은 당신이 돌아오도록 설득할 사람이 나 뿐이라고 했다"고 답했다.

마윈은 또한 당시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던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차관)의 기소를 돕는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그들은 이 모든 걸 당신이 아니라 쑨을 겨냥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H가 "쑨리쥔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면 나를 더는 쫓지 않겠다고 그들이 당신에게 확실히 말했나.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하자 마윈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들은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있고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당신을 부서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쑨 전 부부장은 상하이시 요직을 거쳐 2018년 역대 최연소로 공안부 부부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뇌물수수 혐의로 2021년 11월 체포된 상태였다.

그는 이후 2021년 1월 기소돼 2022년 9월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장쩌민 전 국가주석 계열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이 공안 내부 '장쩌민계'를 청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마윈은 또한 H와 통화에서 이 일에 엮인 것이 달갑지 않다는 듯 "왜 나를 여기에 연루시켰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마윈은 2020년 10월 한 공개 행사에서 중국의 핀테크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한 뒤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 상장이 무산되고 대대적 조사를 받는 등 당국의 눈 밖에 난 상태였다.

마윈은 H와 통화한 뒤 H의 변호사에게도 전화해 이 같은 메시지를 재차 강조했다.

H는 프랑스 법원에서 적색수배가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해 중국으로의 송환은 면했지만, 중국에서 진행된 궐석 재판에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가디언과 ICIJ는 중국 당국이 H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활동하는 여러 반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남용해 소재를 파악한 뒤 지인이나 가족을 통해 위협하는 등의 방식으로 '초국가적 탄압'(transnational repression)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CIJ는 23개국에서 중국의 초국가적 탄압 대상이 된 100여명 사례를 조사한 결과 고국의 가족이 경찰 등 보안당국의 협박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며, 특히 마윈 사례는 중국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떻게 인터폴을 무기화하고 세계 최고 부호 중 하나를 압박하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보도 내용과 관련해 영국 주재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의 소위 '초국가적 탄압'은 순전히 조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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