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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층 넘어선 대중화 노린다…두뇌 예능, OTT 타고 "활활"

연합뉴스 입력 11.30.2023 09:11 AM 조회 1,813
'데블스 플랜'·'여고추리반'·'크라임씬' 등 새 시즌 공개 예정
'대학전쟁', '데블스 플랜', '여고추리반' [쿠팡플레이·넷플릭스·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28+591+972+…+603+298 = ?'

서울대 치과대학을 다니다가 다시 수능을 보고 만점으로 서울대 의과대학에 진학한 한 학생. 팔짱을 낀 채 복잡한 세자리 수 숫자 10개를 덧셈하라는 암산 문제를 응시한다. 약 14초 만에 계산을 끝내더니, 5773이라는 정답을 적고 유유히 걸어 나간다.

30일 방송가에 따르면 두뇌로 승부를 겨루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잇따라 시청자들을 찾는다.

지난 3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예능 시리즈 '대학전쟁'은 국내외 유명 대학교 재학생들이 각자 출신 학교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두뇌로만 승부를 겨루는 서바이벌이다.

국내 고등학생들이 진학을 꿈꾸는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그리고 미국 하버드 대학까지. 난다 긴다 하는 똑똑한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가자들은 직접 체스판 위 말이 되어 킹을 잡는 '인간 체스', 추리와 팀워크를 활용해 범인을 찾아내는 '시그널 수사' 등 두뇌 게임을 거뜬하게 풀어내며 뛰어난 암산과 추리 능력, 암기력을 뽐낸다.

'대학전쟁' 김정선 작가는 "연합이나 블러핑(속임수), 베팅 또는 운에 의해 좌우되는 게임은 배제했다"며 "유추, 수리, 공간 및 지각, 암기 및 기억력 등 오직 두뇌 피지컬로만 풀 수 있는 게임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 '대학전쟁'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두뇌 서바이벌의 원조격인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을 연출했던 두뇌 예능의 대가 정종연 PD도 신작을 내놓는다.

지난 9월 공개됐던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이 내년 중 시즌2로 돌아온다. 상금을 두고 참가자들이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예능으로 '더 지니어스'와 비슷한 포맷을 따른다.

참가자들은 암기력을 발휘해 다양한 정보가 담긴 그림을 20분 동안 외워 관련 퀴즈를 풀고, 알파벳이 적힌 블록들을 조합해 정해진 주제에 맞는 단어를 제한 시간 내에 만들어내는 등 수준 높은 미션을 수행한다.

"무식하게 외우는 게 아니라 여러 함정을 알아내서 맞춰야 하는 문제들도 있어 참신하고 재밌다", "같이 머리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뇌 게임뿐 아니라 심리전 등 볼거리가 많아 흥미롭다" 등의 시청자 반응이 나왔다.

'데블스 플랜'은 스트리밍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글로벌 톱10 7위에 올랐고, 국내에서는 공개 하루 만에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2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정 PD의 또 다른 신작 '미스터리 수사단'도 최근 제작을 확정했다.

일반적인 부서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특수한 사건만을 전담하는 수사단에게 벌어진 기묘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예능이다.

코미디언 이용진, 이은지, 가수 존박, 이혜리, 배우 김도훈,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출연하며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 예능 '크라임씬'도 약 7년 만에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크라임씬 리턴즈'로 돌아온다.

실제 범죄 사건을 재구성한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용의자 및 관련 인물이 돼 범인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 시즌에서 활약했던 장진 감독, 방송인 장동민, 박지윤을 비롯해 샤이니 키, 아이브 안유진, 주현영 등이 새롭게 합류하며 지난 시즌들을 연출했던 윤현준 PD가 그대로 연출을 맡는다.

티빙 '여고추리반'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 엘리트 여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여고추리반3'은 학교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추리반의 활약을 그린 예능이다. 원년 멤버인 박지윤, 코미디언 장도연, MC 재재, 가수 비비, 최예나가 그대로 출연한다.

이전 시즌을 연출했던 정종연 PD는 하차하고, 지난 두 시즌을 함께 만들었던 임수정 PD가 연출을 맡는다.

마니아층 위주로 인기를 누렸던 두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처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를 타고 점점 대중적으로 진화하면서 출연진도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 프로그램들에서 전 프로게이머, 변호사, 한의사 등의 전문직 출연자들이 주로 나와 단계마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보여줬다면, 최근에는 유튜버 곽준빈 (데블스 플랜), 가수 비비('여고추리반'), 코미디언 이은지('미스터리 수사단') 등 보다 대중적인 출연자들도 게임에 참여하는 추세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서구에서 시작된 전통적인 퀴즈쇼와 달리 요즘 두뇌 예능은 공감대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감탄이 나오는 천재적인 출연자보다 나와 비슷한 플레이어들을 보며 참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점점 더 환영받는 추세"라며 "시청자들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난이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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