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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댐 붕괴.. "세계 식량난 심화할 것"

김신우 기자 입력 06.07.2023 09:23 AM 조회 5,189
우크라이나 남부 카호우카댐 붕괴의 여파로 전 세계 식량난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오늘 (7일) 이번 사태가 전 세계 기근 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WFP 독일 담당 마르틴 프리크 국장은 "댐 붕괴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새로 심은 곡물이 훼손됐다"며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하는 전 세계 3억4천500만명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다목적댐인 카호우카 댐은 드니프로강의 수위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6개의 댐 가운데 가장 하류 쪽에 있다.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은 저수량이 18㎦로 미국 그레이트솔트호에 맞먹는 규모다.

이 댐이 전날 새벽 원인불명의 폭발로 파괴되면서 주변 지역에 광범위한 홍수가 발생했다.

홍수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해결되겠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이번 댐 붕괴로 강물과 토사가 하류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주변 생태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드니프로강을 따라 발달한 산업단지에서 각종 화학물질과 독성물질이 함께 쓸려 내려갔다. 

전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댐의 수력발전소 내부에 저장돼 있던 엔진오일 150t 이상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 물질들은 드니프로강을 오염시키고, 더 나아가 흑해로 유입돼 흑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영국 배스대 토목공학과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교수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댐의 붕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와 지역에 장기적으로 광범위한 생태 및 환경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번 홍수로 떠내려간 지뢰도 골칫거리다.

카호우카 댐 주변은 지난 1년 넘게 전쟁의 최전선이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드니프로강을 따라 매설한 지뢰 수만 개가 거센 물길에 휩쓸려 유실됐다.이 지뢰들은 마을과 농경지 등으로 떠내려간 것으로 보여 섣불리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서기도 어렵게 됐다.

가디언은 이에 따라 댐 붕괴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데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댐 하류 지역에 발생한 홍수는 뒤집어 말해 댐 상류 지역은 물 부족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부는 카호우카 댐의 수량이 크게 줄면서 헤르손주 관개시설의 94%, 자포리자주 74%,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주의 30%가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물이 부족해지면 농경지가 사막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용수가 줄어들어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한 곳인 우크라이나 농가의 피해가 커지면 지난해 흑해 봉쇄 이후 불거진 글로벌 식량 위기가 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댐 붕괴에 따른 이번 재난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전 세계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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