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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의 CS 인수로 "괴물" 탄생…스위스 은행업 위상 휘청"

연합뉴스 입력 03.21.2023 09:54 AM 조회 822
UBS 로고[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위기에 빠진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경쟁사 UBS에 매각되면서 오랫동안 세계적인 명성을 떨쳐 온 스위스 은행산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UBS와 CS의 역사적인 합병으로 스위스 은행산업의 오랜 자부심이 훼손되면서 스위스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스위스 일간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좀비(CS)가 갔지만 괴물(합병 UBS)이 태어났다"고 평가하는 등 현지 매체들도 이번 인수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CS와 UBS는 나란히 '세계 9대 IB'(Bulge Bracket)이자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으로서 수십 년 동안 세계 금융계의 큰 기둥 역할을 해 왔다.

두 은행의 취리히 본사 건물은 불과 몇 분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두 은행의 자산을 합하면 스위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40%에 이른다.

스위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양사를 포함한 스위스 은행들의 자산 합계는 작년 기준 스위스 GDP의 500%를 넘겨 영국,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주요국 중 단연 비중 1위였다.

게르하르트 안드레이 스위스 녹색당 의원은 CS가 "매우 눈에 잘 띄는 기관"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스위스라는 나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은 "몇 달 전만 해도 아무도 CS가 망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이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7년 1천억 스위스프랑(약 141조원)에 달한 CS의 시가총액이 지난 17일 기준 70억 스위스프랑(약 9조8천억원)으로 추락한 데는 위험을 과소평가한 CS 경영진과 무기력한 이사진의 과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병으로 라이벌이 사라진 UBS가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토비아스 슈트라우만 취리히대 경제사 교수는 당국이 합병과 관련해 독점을 막고 경쟁을 유지하기 위한 특별 단서조항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고 지적했다.

다른 일간 타게스 안차이거는 이번 인수 건에 대해 "역사적 스캔들"이라면서 "스위스 연방정부, 금융 감독 당국, 중앙은행은 UBS가 자신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도록 놔뒀다"고 평가했다.

이어 "새로운 메가뱅크는 유리해졌지만, 납세자·소비자·직원들은 불리해졌다"면서 향후 대규모 감원을 우려했다.

스위스 은행직원 협회도 성명을 통해 해고는 최소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십년간 '법적 안정성의 보루'를 자처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던 스위스 당국이 CS 붕괴 과정에서 독점규제법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CS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는 등 추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스위스 은행 관련법의 우수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스위스에 돈을 맡겨도 될지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봤다.

베른대학의 피터 쿤즈 교수는 "스위스가 법치가 적용되지 않는 '바나나 공화국'이 아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다"면서 "당국이 살얼음을 밟고 선 듯 위험한 상태로 개입한 만큼 소송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리히대학의 케른 알렉산더 교수도 "(당국의 대처가) 허둥지둥했다"면서 "법치 기반과 스위스의 위상을 약화시켰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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