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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삼성"…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 내나

연합뉴스 입력 08.15.2022 10:05 AM 조회 865
소유구조 개편·승계 방식 등 여러 갈래로 논의
'삼성생명법' 변수…통과 땐 이 부회장 지배력 약화
장기적으로 이사회 중심·전문경영인 체제로 갈듯
이재용 삼성 부회장 복권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복권 결정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로 복권이 확정됐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복권됨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요 흐름이 된 만큼 지배구조 리스크를 털어내는 것이 그룹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는 16일 정기회의를 연다. 일상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지만, 이 부회장 복권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언급될지 관심이 쏠린다.

올해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는 3대 중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ESG 경영 실현'을 꼽은 상태다.

준법위 관계자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정답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여러 층위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전문기관의 검토 결과를 받아 투명하고 적법한 지배구조를 위해 감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년 전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032830] 3개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에 대한 용역을 줬으며, 최종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논의는 소유구조 개편, 승계방식 등 여러 갈래로 진행된다. 



'삼성생명법'(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028260]의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 중이며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특히 이 부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 사후 지분 상속을 받아 삼성생명의 2대 주주(지분율 10.44%)로 올라서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한 상태다.

다만 현재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삼성 소유구조의 변수로 꼽힌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8.51%)의 대부분을 매각해야 하므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약화되게 된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평가방식을 '시가'로 명시해 총자산의 3% 이내로 보유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달 12일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는 30조원 이상으로, 삼성생명은 총자산(6월말 기준 315조원)의 3%인 9조4천500억원 이외에 20조원 이상에 달하는 나머지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대규모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증시에 영향을 미쳐 소액 주주 피해가 우려되고,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은 외국 투기자본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상희 한국ESG연구소 책임투자센터장은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의 중간 고리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라며 "관련 법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지배력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승계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이는 오너 체제에서 장기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다. 이를 위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를 확립해 이사회에 의한 최고 경영자 선임 방식이 최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스웨덴의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그룹이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발렌베리 그룹의 발렌베리 가문은 5대째 가족 세습을 이어가지만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가문의 원칙에 따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유명하다.

발렌베리가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각 자회사의 경영권을 독립적으로 일임하고, 지주회사 인베스터를 통해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한다. 또 지주사 인베스터는 발렌베리 재단이 지배한다.

삼성은 발렌베리가와 인연을 이어왔다. 이건희 회장은 2003년 스웨덴 출장 때 발렌베리가를 만나 경영 시스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이 부회장도 2012년 방한한 발렌베리 SEB 회장 일행을 리움미술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고, 2019년에도 방한한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회동했다.

이런 논의와 별개로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을 통합할 조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은 2017년 2월 말 그룹의 콘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합할 통합 콘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오너 경영(이재용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콘트롤타워로 구성된 삼각편대 체제가 완성돼 삼성 경영 특유의 장점인 순발력, 선제적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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