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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좋다는 콜라겐, 암 전이 부추기는 유형도 있다

연합뉴스 입력 08.11.2022 09:48 AM 수정 08.11.2022 09:49 AM 조회 956
12형 콜라겐 수위 상승, 유방암 전이와 연관성 확인
호주 가반 연구소,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논문
유방암 종양에서 이탈하는 전이성 암세포 무리
생쥐의 유방암 종양(적색)에서 일부 단계의 EMT(상피 간엽 이행)를 거친 암세포 무리(녹색)가 빠져나오고 있다.
[스위스 바젤대 생물의학과. 재판매 및 DB 금지]

 어떤 암 종양을 둘러싼 생태계를 종양 미세환경이라고 한다.


암 종양과 주변 미세환경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이것은 당연히 종양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이다.

콜라겐은 체내 단백질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종양 미세환경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콜라겐이 종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인체 내 콜라겐이 암의 발달과 전이에 직접 관여한다는 게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에 확인된 건 흔하지 않은 부류에 속하는 12형 콜라겐이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이 콜라겐 수위가 올라가면 유방암의 전이를 촉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형의 콜라겐은 또 종양의 세포외 기질이 형성될 때 핵심 역할을 했다.

호주의 가반 의학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암 종양에 퍼진 콜라겐 섬유암 종양의 콜라겐 섬유를 다광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것이다.
12형 콜라겐 수위가 상승하면 콜라겐 섬유는 더 두툼하고 정렬된 형태가 된다.
[호주 가반 의학 연구소 '기질 & 전이 랩'. 재판매 및 DB 금지]



지금까지 인간의 몸 안에서 발견된 콜라겐은 모두 28종이다.

하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1형ㆍ2형ㆍ3형ㆍ5형ㆍ10형 등 5개 정도다. 1∼3형이 대략 90%라고 보면 된다.

콜라겐은 뼈, 피부, 연골, 결합 조직 등을 구성한다.

세포외 기질은 보통 300∼400개의 분자로 구성된 입체 망사형 구조인데 콜라겐 단백질도 몇 종 들어 있다.

물론 종양 미세환경에만 세포외 기질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런 기질은 기능과 구조 면에서 몸 안 곳곳의 세포와 조직을 지지한다.

연구팀은 종양의 세포외 기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해 포괄적인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특히 12형 콜라겐을 눈여겨봤다.

이 콜라겐은 다른 유형의 콜라겐이 형성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세포외 기질이 입체 구조로 만들어지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유방암 종양을 전 임상(pre-clinical) 초기부터 세밀히 관찰했다.

여기서 종양이 발달함에 따라 세포외 기질을 구성하는 분자도 상당수 변한다는 걸 확인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12형 콜라겐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었다.

12형 콜라겐은 종양의 성질을 바꿔 더 공격적인 암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특히 콜라겐이 구성되는 메커니즘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눈길을 끌었다.

12형 콜라겐은 이를 통해 유방 종양에서 이탈한 암세포 무리가 폐 등 다른 기관으로 전이하는 걸 도왔다.

콜라겐 수위를 조절하면서 실험해 보니, 12형 콜라겐 수위가 상승하면 암세포의 전이도 증가했다.

암 환자의 종양 조직 생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2형 콜라겐의 수위 상승은 분명히, 암세포의 전이 증가 및 생존 기간 단축과 관련이 있었다. 

 

전이암의 씨앗이 동면에서 깨는 걸 억제하는 NK세포NK세포의 주기능은 암세포, 감염 세포 등을 제거하는 것이다.
NK세포는 인터페론-감마를 분비해 전이암 세포가 동면에서 깨는 걸 억제하기도 한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 2021년 6월 '네이처' 논문 참고.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사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연구는 종양 미세환경의 어떤 요소가 암을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지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토마스 콕스 부교수는 "암세포가 씨앗이라면 종양 미세환경, 특히 세포외 기질은 토양과 같다"라면서 "12형 콜라겐이 유방암의 발달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12형 콜라겐은 새로운 전이암 치료 전략의 유망한 표적이 될 거로 보인다.

공격적인 전이암을 미리 가려내는 진단 지표로 개발될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예컨대 유방암 환자의 종양 생검 등을 통해 12형 콜라겐 수치를 측정하면, 전이 확률이 높은 공격적인 종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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