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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옆집 변기 소리가…이탈리아 부부, 19년만에 최종 승소

연합뉴스 입력 01.18.2022 09:28 AM 조회 1,222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밤마다 침대 머리맡 쪽에서 옆집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떨까.

변기[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탈리아에서 이 같은 옆집 화장실 변기 소리에 19년간 시달리던 부부가 법적 다툼 끝에 승소, 지긋지긋한 벽간소음에서 해방된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해안 유명 관광지 라스페치아의 빌라에 거주하는 한 부부는 2003년 이웃이 새로 설치한 화장실의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때문에 밤마다 잠을 설치게 됐다.

이웃에는 4형제가 함께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야행성'인지 밤마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부부는 라스페치아 지방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들은 문제 해결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부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에 부부는 제노바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1심 법원과 달리 빌라의 상태에 대한 면밀한 현장조사를 명령했다.

조사 결과 부부의 벽간소음 호소가 단순한 엄살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4형제가 집에 화장실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그 위치를 하필이면 부부의 침실, 그것도 침대 헤드와 맞닿은 공간으로 정했던 것이다.

게다가 화장실은 벽 사이 공간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4형제의 집과 부부의 집 사이 벽 속에 화장실이 들어박힌 셈이다.

벽의 두께는 22㎝에 불과해 소음을 차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항소법원은 옆집의 화장실 설치를 '공용공간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규정하고 변기의 물탱크를 벽 바깥으로 빼도록 했다.

법원은 밤에도 빈번히 전달된 화장실 소음이 부부의 휴식을 방해하고 삶의 질에 악영향을 끼친 사실을 인정하고, 4형제에 화장실이 설치된 2003년부터 계산해 매년 500유로(67만8천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4형제는 이에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최근 대법원은 그들의 상고를 기각,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벽간소음 측정 자료를 검토한 결과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법적 허용 한도보다 3데시벨(dB)이 높은 것으로 파악했다.

대법원은 "휴식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건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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