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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도 안 돼"…日 야쿠자 9년새 7만→2만5천명 급감

연합뉴스 입력 10.18.2021 10:17 AM 조회 1,632
휴대전화 개통도 막는 강력 규제에 야쿠자 상당수 사회복귀 실패
야쿠자 조직 가택수색하는 일본 경찰 2010년 4월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경찰 당국이 기타큐슈(北九州)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특정위험지정폭력단 '구도카이'(工藤會) 관련 가택수색을 하고 있다. 



일본 조직폭력배 야쿠자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

은행 계좌 개설이나 신용카드 발급, 휴대전화 개통조차 막는 초강력 규제와 단속 강화로 돈줄이 막히자 생계가 막막해진 조직원이 끊임없이 이탈한 결과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일본 경찰청 산하 전국폭력추방운동추진센터 자료를 인용해 2011년 7만300명에 달했던 야쿠자 수가 작년 2만5천900명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야쿠자는 불법도박, 마약, 매춘, 갈취, 고리대금업 등으로 돈을 끌어모으고 정치·경제 권력과 유착해 한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야쿠자의 폐해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1993년 폭력단 대책법을 시행해 단속을 강화했다. 2011년에는 이를 더욱 강화한 폭력단 배제조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됐고, 이를 계기로 야쿠자는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폭력단 배제조례는 야쿠자 조직원과 친지 등 관계자에 대해선 은행 계좌 개설이나 임대주택 계약, 보험 가입 등의 기본적인 활동조차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4년 야쿠자 생활을 청산하고 범죄영화 자문역으로 활동 중인 오키타 가료씨는 "조례 시행 이후 야쿠자 두목들의 조기 은퇴가 잇따랐다"라며 "그 법이 야쿠자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나가사키 시장 총격범 체포 현장 2007년 4월 17일 일본 나가사키(長崎) 역앞에서 이토 잇초(伊藤一長) 나가사키 시장을 향해 총격을 가한 야쿠자 조직원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하지만, 야쿠자 조직을 이탈해도 범죄에서 완전히 손을 씻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 범죄사회학 전문가 히로스에 노보루씨는 WP와의 인터뷰에서 2010∼2018년 조직을 이탈한 전직 야쿠자 가운데 직장을 구한 비율은 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야쿠자를 그만둬도 최소 5년간 야쿠자 관계자로 분류돼 규제를 받는 데다 전직 야쿠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심각한 수준이어서다.

결국, 사회복귀에 실패한 전직 야쿠자 일부는 원래 몸담던 조직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상당수는 야쿠자로 분류되지 않는 소규모 범죄조직에 가입해 다시금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고 히로스에씨는 전했다.

악조건을 이기고 새 출발에 성공한 이들도 있다.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 조(組) 조직원이었던 고무라 류이치씨는 네 차례 감옥 생활을 한 끝에 38살의 나이로 야쿠자 생활을 청산했다. 중졸인 그는 8년간 공부해 최근 법무사 시험에 합격했다.

기타큐슈(北九州) 지역 야쿠자 조직 '구도카이'(工藤會)에 30년간 몸담았던 나카모토 다카시씨는 작은 우동 가게를 냈다.

그는 "규제가 있다고 5년 동안 그저 기다리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사람들이 다가와 도와주길 바랄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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