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몸으로 쫓겨나기도 몇 번 했어요. 맞기도 했고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한 여성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몇 년 전 내가 결혼시킨 여성이었다. 이 업종에서는 잘 살고 있으면 소식이 없다. 다시 찾아왔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니다.
“남편이 떠나갔어요. 제가 잘못을 하기는 했지만 너무했죠.”
남편은 공무원이었다. 성실하고 성격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결혼생활은 지옥이었다고 했다. 나중에 남편에게 들은 이야기다. 문제의 중심에는 여성의 쇼핑중독이 있었다. 옷. 가방. 화장품. 필요해서 사는 것이 아니었다. 사고 또 샀다.
친구 카드까지 빌려 쓰고, 카드 대금을 막으려고 또 돈을 빌렸다. 두 사람은 결국 이혼했다.
몇 년 뒤 그녀가 다시 찾아왔다. 아직 30대 후반이었다. 예쁘고 인상도 좋았다.
나는 생각했다. 아직 기회가 있다. 다만 이번에는 남자만 잘 고른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쇼핑중독을 고칠 의지가 있어야 했다. 재혼 상대를 아주 신중하게 골랐다. 꼼꼼하고, 치밀하고, 돈 관리가 철저한 사업가였다.
나는 남성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 여성은 쇼핑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알고 생활을 같이 관리해주실 수 있어야 합니다.”
예쁘면 웬만한 것은 용서가 된다.
두 사람은 결혼했다. 나는 이번에는 정말 잘 살기를 바랐다. 그런데 몇 년 뒤 또 그녀가 나타났다. 두 번째 결혼도 끝났다. 이번에도 쇼핑중독 문제였다.
두 번째 남편도 결국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그녀가 내게 또 말했다.
“대표님. 다시 한 번만 좋은 사람 소개해주세요.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으로요.”
나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혼자 생각했다. 이 여성은 남자를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마침 한 남성이 있었다. 사별 후 아이들은 모두 분가시키고, 지리산 산골에서 혼자 전원생활을 하고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는 남성이다. 하지만 도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백화점도 없다. 쇼핑몰도 없다. 명품 매장도 없다. 그런 곳에서 편안하게 사는 남성. 그 남자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이런 남성을 만나보면 어떻겠습니까?”
그녀가 프로필을 보고 한참 있다가 말했다.
“거기서 어떻게 살아요? 답답해서 못 살 것 같은데요.”
나는 말했다.
“그래서 추천드리는 겁니다. 도시 생활을 다 잊고 거기서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인생이 편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농담처럼 말했다.
“이번에는 쇼핑하러 가려면 산부터 내려와야 하잖아요.”
그녀도 잠깐 웃었다. 그날 이후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아마 어디선가 또 다른 소개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그때 지리산 그 남성을 한번 만나봤으면 어땠을까. 쇼핑중독녀에게 내가 추천한 세 번째 재혼 상대는 더 부자인 남자가 아니라, 쇼핑할 곳이 없는 곳에 사는 남자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ouple.net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