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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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궁합이라더니”…14년 기다린 결혼, 6개월 만에 별거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9.04.2026 21:50:50  |  조회수: 23
한국인의 결혼 유전자에는 여전히 궁합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님. 일전에 추천해준 의사 분과는 궁합이 안 맞는다고 하네요. 이번에는 기대를 했었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매번 신경 많이 써주시는데 이런 답신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내가 답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음 상대를 다시 찾아서 추천해드리지요.”

이 남성의 어머님과 이런 내용의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14년이 넘었다. 28세였던 그가 42세가 될 정도로 긴 세월이었다. 그동안 소개한 여성만 300~400명이 넘을 것이다. 실제로 만난 여성도 20명은 족히 된다. 

그런데도 내가 계속 중매한 이유가 있다.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면서도 소개하는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았다. 거절한 여성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하지 않았다.

그 아들을 만난 여성들도 그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인간적인 매력이 많은 아들이었다. 좋은 집안에서 잘 자랐고 전문직에 종사했다. 능력도 있었고 품격과 인격도 갖춘 남성이었다.

결혼 상대에 대해 많은 것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와 아들이 우선적으로 원하는 것은 '궁합'이었다. 결혼에서는 존중받아야 할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

누구는 늘씬한 스타일을 원하고, 누구는 경제력을 중시한다. 누구는 성격을 보고, 누구는 외모를 본다. 이 집안은 궁합이었다. 궁합이 안 맞으면 다른 조건이 좋아도 거절했다. 

그에게는 형이 둘 있었다. 두 형도 내가 중매했는데 두 사람 모두 소개한 지 반년 안에 결혼했다.

그런데 막내인 그는 달랐다. 궁합이 맞지 않으면 끝이었다. 어떻게든 결혼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여성 10명의 리스트를 다시 뽑아줬다. 얼마 후 연락이 왔다.

“대표님. 어쩌죠?
궁합 봐주는 분이 있는데 아들과 맞는 여성이 한 명도 없다고 하네요.”
“10명 전부요? 한 명도요?”

그래서 다시 찾았다. 또 10명. 또 10명. 결과는 같았다.

“대표님. 모두 안 맞는답니다.”

기가 막혔다.

“궁합 보는 데 그동안 돈도 많이 들었겠네요.”

“수천만 원 들었죠.”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그는 기다렸다. 궁합이 맞는 여자.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여성이었다. 한국인 부모가 미국에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집안이었다.

여성은 똑똑한 전문직이었다. 학력도 좋았다. 양가의 집안 분위기도 좋았다. 여러 조건을 봐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궁합이 맞았다. 그것도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었다. 남자 집안에서 믿고 있던 궁합 전문가에게 확인했다. 최고의 궁합이라고 했다. 이보다 좋은 궁합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14년을 기다렸다. 수백 명의 여성을 거쳤다. 드디어 천생연분을 찾은 것이다. 결혼식도 환상적이었다.

나는 사전에 양쪽에 초대받아 양가로부터 적지 않은 성공 사례비도 받았다. 자긍심을 느꼈고, 오랫동안 기억할 대표적인 성혼 커플 하나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남자 어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결혼한 회원 가족이 몇 달 만에 다시 연락할 때는 대개 좋은 일은 아니다. 말끝에 조금씩 불만이 묻어났다.

“생각했던 것하고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시간이 더 흘렀다. 6개월....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다. 막상 같이 살아보니 맞지 않는 것들이 하나둘 나온 것이다. 생활 방식도 달랐다. 주거 문제를 비롯해 결혼생활을 꾸려가는 방식도 서로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을 준비했다.

한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궁합이라고 했던 두 사람이 이제는 서로의 문제를 법적으로 따지는 사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최고의 궁합이라고 했던 사람에게 다시 물어봤다고 한다.

“선생님.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궁합이라고 하셨잖아요.”

궁합을 봤던 사람이 대답했다고 한다.

“아, 그 여성 분이 미국에서 태어났지요?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미국 출생 시간을 적용하면 안 되는데…….”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ouple.net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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