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재혼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있다.
"경제적인 부분은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나요?"
건강도 중요하다. 자녀 문제도 중요하다. 함께 살게 될 생활 방식도 미리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것보다 경제적인 부분을 조금 더 신중하게 보라고 이야기한다.
생활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생활 능력이 있는 것은 다르다.
빚은 없는지, 돈을 어떻게 쓰는 사람인지,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는지, 이런 것들은 결혼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돈 많은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과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35년 동안 수많은 회원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이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일수록 자신의 형편을 실제보다 크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 회사에도 자신이 수백억 원대 자산가라고 이야기하는 남성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고 몇 차례 만남을 주선했다. 그런데 만남을 하고 돌아온 여성 회원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달랐다.
"대표님, 말씀하신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조금 더 확인해 보니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결국 그 회원은 이용을 중지시킬 수밖에 없었다.
반대로 여성 가운데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정하고 세련된 분위기 때문에 많은 남성들이 호감을 갖지만, 카드빚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회원들에게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
화려한 말보다 생활을 보라고.
같이 식사를 해보고, 차도 한잔 마셔보고, 돈을 어떻게 쓰는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작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그런 것들이 함께 살아갈 사람의 진짜 모습이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일이 하나 있다.
90년대 초 재혼 미팅을 진행했을 때였다. 당시에는 재혼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는데도 200명이 넘는 남녀가 모였다. 그만큼 새로운 인연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 자리에서 만난 한 남성을 믿고 자신의 집을 담보로 보증을 서준 여성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은 연락이 끊겼고, 여성은 평생 모은 재산을 잃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조금만 더 확인했더라면, 조금만 더 천천히 믿었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회원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녀의 만남은 유토피아만 있는 세상이 아니다. 지뢰밭도 있다.
그러나 지뢰가 있다고 길을 가지 않을 수는 없다. 어디에 지뢰가 있는지 알고 걸어가면 된다.
50대 재혼에서 경제력을 확인하는 일은 상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후회하지 않는 만남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좋은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