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연세가 꽤 있는 남성분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92세라고 했다.
결혼정보회사를 오래 하면서 나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한때는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이성 관계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회원 가입 기준이 남성은 40세까지, 여성은 37세까지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70대, 80대, 90대 상담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제 92세 남성의 만남 상담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남성은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보내왔다. 개인 사진과 가족 사진이었다.
개인 사진을 보니 제복을 입고 훈장을 단 멋진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훈장을 받은 분이다.
가족사진도 인상적이었다. 아마 생일이나 가족 행사였던 것 같다. 아들, 손자, 외손자, 가족들이 30명 넘게 모여 있었고, 중앙에 그 남성이 앉아있었다.
그는 부인과 사별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사별남이다.
“건강은 어떠세요?”
“나는 건강하지.”
“지금은 어디에 거주하세요?”
“노인 아파트에 살고 있어.”
“난 운전을 해줄 수 있는 여성을 만나고 싶어.”
“그러면 여성은 70대 정도는 되어야겠군요.
운전dl 가능해야 하니까요.”
“선생님께서는 여성에게
혹시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그의 답이다.
“내가 살고 있는 임대 아파트를 이어받으면 되지.”
90대가 넘은 남성이든, 70대가 넘은 여성이든, 이성을 그리워하고 체력이 있는 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만나야 한다.
그런 열정이 있어야 삶에 동기부여가 되고, 피가 젊어지고, 피부도 윤택해진다.
그분이 말한 이상형은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90대이니 아마 운전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자친구가 운전해서 함께 다닐 수 있다면, 그것이 이 분의 로망이다.
나는 그분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보기로 했다. 다만 회비를 받을 수는 없었다.
60대에서 70대 여성 회원들에게 그분의 나이와 간단한 인적사항을 설명하는 문자를 보냈다. 관심이 있으면 만남을 주선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 70대 초중반 여성 한 분이 가입했다.
LA 스피드데이트를 진행하면서 그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은 LA에서 나름 왕성하게 활동을 해온 분이었다.
지금은 은퇴했고, 모아둔 자금으로 잘 살고 있었다. 그분이 초대해서 고급 횟집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92세 남성을 떠올리고 있었다.
대화 중에 물었다.
“운전은 하실 줄 아세요?”
“운전 잘하지.”
그러나 대화를 나누면서
그 92세 남성 이야기는 더 꺼낼 수 없었다.
그 여성은 연하 남성, 혹은 서너 살 차이 나는 건강한 남성을 만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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