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회원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대표님, 이제는 다 내려놨습니다."
예전에는 배우자 조건이 열 가지였다면 이제는 한두 가지만 맞으면 된다고 한다.
나이도 괜찮고, 직업도 괜찮고, 외모도 예전처럼 따지지 않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면 나도 기대를 한다.
'이번에는 잘되겠구나.'
그런데 소개를 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 만남을 마치고 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좋은 분인 건 알겠는데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느낌이 달랐습니다."
"말은 잘 통했는데 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거의 같은 말을 한다.
"대표님, 다른 분 한 번만 더 만나보면 안 될까요?"
분명 상담할 때는 조건이 두세 가지면 된다고 했는데, 실제 만남에서는 다시 열 가지 기준이 살아난다.
어떤 분은 소개를 받을 때마다 새로운 조건이 하나씩 생긴다.
나는 이런 장면을 35년 동안 수도 없이 봤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늘 같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40대까지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생활 습관도 그렇고, 사람을 보는 기준도 그렇고, 이상형도 그렇다.
기준을 조금만 바꾸면 배우자를 만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만나면 마음은 또 다르게 움직인다. 머리와 마음이 늘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기준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만남의 방식부터 바꿔보라고 한다.
40대 회원들에게는 첫 만남부터 커피숍에만 앉아 있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커피숍에서는 마주 앉는 순간부터 서로를 평가하게 된다.
사진과 다른지, 말투는 어떤지, 내 이상형에 가까운지 짧은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리려 한다.
기대와 조금만 달라도 마음이 금방 닫힌다.
하지만 드라이브를 하거나 식사를 하면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일 때가 많다.
처음에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두 시간쯤 지나니 가장 편한 대화 상대가 되기도 한다.
무뚝뚝해 보였던 사람이 의외로 유머가 많은 사람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졌다면 몰랐을 모습이다.
좋은 배우자는 첫인상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함께 시간을 보내야 비로소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나는 40대 회원들에게 커피숍보다 드라이브를 먼저 권한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