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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에 몰매' 후륜구동車, 사실은 '무죄'..유죄는?

스키 점프대를 올라가는 아우디 콰트로 차량 [사진 출처=아우디]

후륜구동, 전륜·4륜구동보다 눈길에 약해
후륜 눈길탈출, 안전운전과 타이어 중요
스노타이어, 눈꽃필 때부터 꽃필 때까지
"트렁크에 눈 치울 '삽' 한 자루 넣어드릴까요"

10여년 전 갑자기 내린 눈에 미끄러진 차량들로 서울 시내에서 교통 대란이 일어났을 때다. 당시 눈길에 쩔쩔매는 후륜구동 차량이 놀림거리가 됐다. 후륜구동 차량 구매자에게는 '제설용 삽'을 한자루씩 선물로 줘야 한다는 농담반 진담반 얘기가 나돌았다.

데자뷔처럼 6일 저녁 서울과 경기 일대에 기습적으로 내린 폭설에 교통 대란이 다시 발생했다. 시내 곳곳에서 눈길이 미끄러진 차량이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눈 쌓인 언덕을 오르지 못하거나 제어를 못한 채 미끄러지는 차량들로 교통 정체가 벌어졌다. 서울 강남은 비탈길이 많아 도로가 마비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폭설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 차량 상당수는 후륜구동을 채택했다. 강남 지역 도로가 폭설에 약한 까닭은 후륜구동 고급 세단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후륜구동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선호한다. 고속주행 안정성, 승차감, 코너링 성능이 우수해서다.

반면 겨울만 되면 몰매를 맞는다. 눈이 쌓이면 설설 기는 것도 모자라 쩔쩔 매는 모습을 보여서다. 조금만 가파른 언덕을 만나도 눈길에 미끄러진다.

코너를 돌 때는 더 위험하다. 앞바퀴는 움직이지만 뒤 바퀴는 앞으로 진행해 차체를 운전자 의지대로 다루기 어렵다. 손수레를 앞에서 끌 때보다는 뒤에서 밀 때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

더군다나 일반 타이어보다 주행성능이 우수하지만 접지력은 떨어지는 초고성능(UHP) 타이어를 장착한 고급 차량이 많다. 접지력이 부족하면 더 잘 미끄러진다.

BMW·벤츠와 함께 빅3 프리미엄 브랜드였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아우디가 2010년대 초반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고 판매 돌풍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도 폭설 때문이다.

당시 후륜구동 눈길 고생담이 퍼지면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 눈길에도 강한 아우디의 4륜구동 시스템 '콰트로'가 주목받았다. 아우디 차량은 다른 차량들과 달리 눈길에서 설설 기지 않았다. 아우디는 국내에서 '아이스 쇼'를 펼치는 도발적인 행사도 열었다.

군용차나 SUV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4륜구동은 이후 국내 판매되는 프리미엄 세단에 적극 적용됐다. 국내에서는 '겨울 강차(强車)'의 첫 번째 조건으로 여겨졌다.

유럽과 일본에서도 4륜구동은 눈 덕분에 유명해졌다. 아우디는 37.5도 급경사로 이뤄진 스키 점프대를 콰트로를 적용한 A6가 달려 올라가는 CF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본 브랜드 중 4륜구동 세단 강자인 스바루도 폭설이 잦은 홋카이도와 관서 지방에서 인기를 끌었다.

사실 4륜구동이 겨울 강차이지만 후륜구동이 겨울 약차는 아니다. 후륜구동은 사실 잘못이 없다.

문제는 제설 방식·시점, 운전자의 방심이다. 폭설이 자주 내리고 한파도 잦으며 벤츠와 BMW 차량이 많이 판매되는 유럽에서 후륜구동 때문에 낭패를 당했다는 소식은 그다지 들리지 않는다.

제설 작업이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전자들이 겨울이 오면 스노타이어(겨울용 타이어)나 스노 체인을 장착하는 데 익숙하다.

후륜구동은 스노타이어만 장착해도 겨울에 쩔쩔 매지 않는다. 삽을 굳이 트렁크에 넣고 다닐 필요 없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따르면 눈길에서 시속 40㎞로 달리다 제동할 때 스노타이어는 제동거리가 18.49m에 불과했다. 사계절용 타이어는 37.84m에 달했다. 빙판길 테스트(시속 20㎞에서 제동)에서도 스노타이어는 사계절 타이어보다 제동거리가 14% 짧았다.

스노타이어는 4바퀴 모두 교체해야 한다. 앞바퀴 두 개만 교체하면 앞바퀴 접지력은 증가하지만 뒷바퀴 접지력은 낮은 상태에 머무른다. 급격한 코너링 때 차선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스노타이어는 눈이 올 때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눈이 있건 없건 영하의 날씨로 접지력이 떨어질 때도 제 구실을 톡톡히 한다. 스노타이어를 장착했다면 적어도 꽃샘추위가 있는 3월 초까지 장착해 두는 게 낫다.

물론 후륜이든 전륜이든 4륜이든, 스노타이어든 사계절용 타이어든 눈길과 빙판길에서는 겸손하게 안전 운전해야 한다. 4륜에 스노타이어를 달았더라도 방심하면 사고난다.

얼어붙은 도로에서는 더 겸손해야 한다.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가급적 앞차가 통과한 자국을 따라가야 한다.

가벼운 눈에서 타이어가 헛돌 때는 전진과 후진을 되풀이해서 자국을 만들고 바닥매트나 모래 등을 깔아 접지력을 높여준다.

눈길에서 차가 미끄러지면 핸들을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튼다. '스핀(spin)'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스노 체인은 눈길에서만 사용한다. 30~40km/h 이상 주행하면 체인이 바퀴집(휠하우스)이나 차체를 손상시킨다.

자동차시민연합은 염화칼슘으로 눈이 녹은 도로도 위험하다고 밝혔다.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 상당수는 제설용이 아닌 공업용이어서 용해 속도가 떨어지고 '왕 모래알' 효과로 제동 효과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구동방식은 필요조건 일부에 불과하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2륜이든 4륜이든 눈이 내릴 때는 물론 제설된 이후에도 앞 차와 거리는 평소보다 2배 이상 길게, 속도는 절반 이하로 낮춰 안전 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