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부터 국내선 비행기 탈 때 필요
개인적으로 코로나 발생 직전에 뉴홀 지역 차량국(DMV)을 방문한 적이 있다. 5년 짜리 캘리포니아주 운전 면허증 만료를 앞두고 시력검사에 필기시험까지 다시 치렀다. 기왕 새로운 면허증을 발급 받으며 그동안 미뤄왔던 '리얼ID'를 신청하기로 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운전 면허증을 겸한 '국내용 여권'이기도 하다.
리얼ID는 기존의 일반 면허증과 디자인부터 다르다. 제출서류도 3가지로 복잡하고 오른쪽 상단에 별이 새겨진 황금곰(가주의 심볼 마스코트)이 인쇄돼 있다. 일반 면허증은 북가주에서 사금을 캐는 노동자 그림 위에 '연방 제한 적용을 받는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우편신청으로도 가능한 일반 면허증과 달리 리얼ID는 반드시 18세 이상 성인 본인이 3가지 서류를 갖고 DMV를 방문해야 발급해 준다. 필요서류는 본인 이름과 거주 주소가 있는 전기-물-개스 유틸리티 영수증 2가지, 소셜 시큐리티 카드, 미국 여권 등이다.
리얼ID가 필요한 이유
신분이 불확실한 불법체류자, 서류 미비자도 받을 수 있는 일반 운전면허증과는 달리 리얼ID는 말 그대로 합법적 시민 또는 영구 거주자라는 '진짜 증명서'로 통한다. 리얼ID 면허증은 원래 2020년 10월1일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될 예정이었다. 여권 대신 50개주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2020년 1월 코로나 팬데믹이 갑자기 터지며 시행이 무기연기됐다. 연기를 거듭한 끝에 결국 2025년 5월부터는 국내선 비행기, 선박에 탑승할 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여행할 때 뿐 아니라 군부대 시설ㆍ연방 관공서에 들어갈 때도 이 카드 하나로 신분 확인이 가능하게 된다.
기존 운전 면허증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정부가 인정한 확실한 신분증'으로 대접받는 리얼ID는 가주에서 2018년 1월 첫 발급을 시작했다. 아직 홍보 부족으로 4000만명 주내 인구 가운데 절반 이하인 1800만명만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청 희망자는 무작정 차량국(DMV)을 찾기 전에 전화로 필요한 준비서류를 확인하고 온라인ㆍ전화로 예약을 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필요한 3가지 서류
운전면허증을 포함한 리얼ID 발급 비용은 35달러며 면허 기능이 없는 단순 ID카드는 30달러다. 3가지로 나뉜 서류 부문에서 한개씩 지니고 방문하면 된다.
첫째는 신분 서류다. 만료되지 않은 미국 여권 또는 패스포트 카드, 미국내 출생 증명서, I-94 비자가 붙어있는 외국 여권 가운데 하나를 제시하면 된다.
두 번째는 소셜 시큐리티 번호. 오리지널 원본 종이 카드 또는 번호가 새겨진 월급 명세서를 제출하면 된다.
마지막 세 번째 서류는 거주지 주소 증명이다. 모기지 빌 또는 렌트 계약서, 우체국(USPS)에서 확인한 주소변경 서류, 재산세 납부 증명서, 세무당국(IRS) 택스 리턴 서류, 생년월일이 씌여진 학교 서류, 정부기관에서 발급한 서류 가운데 하나가 필요하다. 사진 복사본도 접수 가능하다.
이미 리얼ID를 소지한 운전자가 단순히 운전 면허 라이센스만 갱신하길 원한다면 온라인 인터넷을 통한 연장이 가능하다. 이 경우 리얼ID 디자인 대신 '연방법 규정을 충족하지 않고 가주내에서만 유효한' 운전 면허증을 받게 된다. 일반 면허증 소지자는 내후년 5월1일 이후 미국내 비행기를 탈때 여권을 보여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에게 성가신 불편함이기도 하다.
리얼 ID는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신분이 불안정한 외국인 입장에서는 신청하기 다소 꺼림칙하다. 만약 5년마다 새로운 개인 정보 서류 3가지를 제출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기존의 보통 면허증으로도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은 없다.
22년 전 9ㆍ11 테러가 발생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직 대통령 시절 반이민 정책이 겹치며 미국사회는 현재 멀쩡한(?) 신분증도 믿지 못한채 개인에 대한 신원조회 절차를 날로 강화하고 있다. 멕시코 등지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가 1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주 역시 상대적으로 강도가 세진 ID 발급 과정으로 민원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장 접수 르포 "마냥 기다려요"
보안이 한층 강화된 리얼ID 신청 과정은 엄격함 그 자체다. 곳곳에 산재한 DMV마다 아침부터 신청자들이 장사진을 치며 우체국에서 여권을 신청하는 것처럼 면허증과 신분증을 동시에 접수, 사시사철 늘어선 줄이 항상 길다. 대기 시간만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며 예약을 하고 가도 한참 걸리는 경우가 잦다.
팬데믹 상황이 엔데믹으로 바뀌며 DMV 당국은 민원 접수 창구 직원을 늘리고 전산 시스템을 개선했지만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가 자주 찾는 LA북서쪽 산타 클라리타시의 뉴홀DMV는 예전까지 비교적 한산한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1주일 내내 한가한 때를 찾기 어렵게 변했다. 그나마 몇주 뒤에 예약을 하면 오전 일찍 줄을 서거나 점심시간 직후인 2시 이후에 비교적 짧게 대기할 확률이 커진다.
현실적으로는 오전 9시 이후 도착해도 건물 밖 대기자 숫자가 수십명을 넘나들고 건물 안에도 줄서 있는 사람들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까스로 입구 정면의 직원으로부터 접수표를 받더라도 한참 기다려야 하고 10곳 이상의 민원접수 창구마다 민원인 1인당 10분 이상 지체되기 일쑤다. 미국 시민이 아닌 외국인이 여권을 보여주면 비자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훨씬 더 소요된다.
전광판에서 자기 번호를 부르면 해당 창구로 가서 돈을 지불하고 시력 검사를 먼저 실시한다. 제출 서류를 확인한 공무원은 경우에 따라 무작위로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따로 요구하기도 한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사진을 촬영하고 임시 면허 서류를 준다.
새 ID는 약 3주후 집으로 배달되며 리얼ID를 신청할 때는 '운전면허(DL)'와 '신분증(ID)' 접수난에 모두 표식을 해야 한다. 이를 놓치면 연방 리얼ID가 아닌, 가주 운전 면허 용도로만 카드가 발급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고생끝에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마친 수험생(?)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귀가하게 된다.
봉화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