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리프트가 아니라 모델 체인지 수준으로 바뀐 싼타페다.
글 | 안진욱 사진 | 최재혁
현대 싼타페는 국산 SUV의 대표이자 자존심이다. 잘 나가는 사회 초년생이 탈 수도 있고, 첼로 하나 넣을 수 있어야 할 영희가 탈 수도 있고,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한 부부가 탈 수도 있고, 은퇴하고 낚시꾼이 되신 아버지들이 탈 수도 있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어울리는 싼타페가 마이너체인지를 거쳐 돌아왔다. 신기한 점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플랫폼을 새로 바꿨다는 것. 아마도 추후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여하튼 따끈따끈한 뼈대 덕분에 차체가 조금 더 커졌다. 길이는 15mm 만큼 살짝 길어졌지만 레그룸은 34mm 더 확보했다. 이로 인해 패밀리 SUV의 덕목인 2열 거주성이 더 좋아졌을 것이다. 잠시 후 직접 앉아 보면 알겠지.
옷을 갈아입은 싼타페는 세련된 도심형 SUV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디자인이다. 지금 현대차가 밀고 있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잘 입혔다. 이 디자인 언어는 무작정 패밀리룩으로 가지 않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크기만 다르고 똑같이 생겨 소비자들의 눈이 쉽게 식상해지는 것에 반하기 위함이다. 체스판 위의 말처럼 각자 다르게 생겼지만 한 곳에 모여 있으면 누가 봐도 같은 코드가 느껴지는 그런 디자인을 지향한다. 그렇기에 싼타페는 단순히 쏘나타 SUV 버전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싼타페만의 개성이 느껴진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바로 헤드램프다.
현대차는 낮이건 밤이건 멀리서도 한눈에 차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라이트 시그니처를 심어 놓는다. 예를 들면 팰리세이드의 앨리게이터 아이, 쏘나타의 그라데이션 램프, 그리고 그랜저의 히든 램프처럼…. 이처럼 싼타페에도 이글스 아이(Eagle’s Eye)라 불리는 T자 램프를 달아 강인한 인상을 완성했다. 여기에 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의 경계를 없애 하나의 파츠처럼 보이게 하는 ‘인터그레이티드 아키텍처’를 적용하여 최신형 현대차 향기를 물씬 풍긴다. 실제 차 크기보다 더 커 보이는 효과까지 얻었다. 옆모습에서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고 뒷모습은 테일램프가 하나로 이어졌다는 정도다.
두툼한 도어를 열고 실내로 들어간다. 센터페시아는 대칭형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 각종 버튼들은 잘 정돈되어 있고 기어노브도 버튼 타입이다. 버튼을 눌렀을 때 유격이 느껴지지 않아 누르는 맛도 살아 있다. 계기판은 12.3인치로 시인성이 좋고 드라이브 모드마다 색상이 바뀐다. 중앙에 위치한 10.25인치 디스플레이는 터치 방식이며 빠르고 다루기 쉽다. 64가지 색상 중 골라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앰비언트 무드램프도 빠트리지 않았다. 크기가 적당한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이며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패들시프트도 달려 있다. 시트는 질 좋은 가죽으로 감쌌고 쿠션감이 좋으며 사이드 볼스터도 꽤나 튀어나와 코너에서 운전자를 잘 잡아준다. 히팅은 물론 쿨링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뒷좌석은 앞서 말했듯이 레그룸이 더 여유가 생겨 성인 남성이 타도 넉넉하다. 헤드룸도 한참 남아 돌고 등받이 각도도 적당히 누워 있어 장거리 주행에도 문제 없을 것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존 625ℓ에서 634ℓ로 소폭 상승했고 골프백 4개가 들어간다.
현대차답게 편의사양은 가득 담겨있다. 그 중에서 주행 관련 옵션만 말하자면 차선 유지 보조(LFA)와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그리고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장치가 운전자를 도와준다.
오디오는 크렐 제품이 들어갔는데 묵직한 베이스가 일품이라 힙합과 록 장르에 잘 어울리고 고음처리도 깔끔해 보컬의 가사 전달도 선명하다.
이제 싼타페와 놀 시간이다. 시동을 켜도 조용하다. 밖에서는 분명 디젤인데 실내로 유입되는 거슬리는 소음을 잘 차단했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로 전해지는 진동도 거의 없다. 4기통 2.2ℓ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 의 힘을 생산한다. 변속기는 8단 듀얼 클러치 유닛이다.
가속력은 브로셔에 적혀 있는 수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답답하지 않고 매끈하게 전진한다. 두툼한 토크로 차를 쉽게 견인해 보통의 교통 흐름을 따라가다 추월도 여유 있게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4기통 디젤차는 고속에서 힘이 금방 빠져버리는데 싼타페는 200cc가 더 커서인지 파워가 달리진 않는다.
변속기는 스포츠카에 달린 듀얼 클러치의 세팅과는 다르다. 변속 충격을 최대한 상쇄시키고 변속 속도도 느긋하다. 효율을 위해 달린 듀얼 클러치라 생각하면 된다.
서스펜션은 부드럽게 만들어 놨다. 한때 현대차가 유럽차들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너무 단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체에 긴장감을 줬었는데 싼타페는 그렇지 않다. 요철의 충격은 잘 흡수하면서 자세를 바로 잡는 리듬도 빨라 승차감이 좋다. 댐퍼 스트로크는 길고 스프링레이트는 약하다.
그렇다고 과감한 주행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도 않는다. 말랑말랑했던 서스펜션은 극적인 움직임에는 잘 대처한다. 좌우롤링을 억제하며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또한 고속 안정감도 훌륭하다. 노면에 깔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붕붕 뜨지 않아 다행이다. 차고와 현대차 과거를 감안하면 만족할 만한 고속주행 실력이다.
이 싼타페로 와인딩을 탈 오너는 없겠지만 테스트 겸 산길에 올랐다. 코너링 성향은 언더스티어다. 허나 벗어나는 범위가 크지 않아 스로틀 양만으로 충분히 라인을 안쪽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 스티어링 기어비는 넉넉하지만 피드백은 솔직하다.
복합코너에서도 섀시가 엉키지 않고 한쪽으로 쏠린 중량을 반대로 자연스럽게 넘긴다. 싼타페의 장르를 감안하면 퍼포먼스에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제동 성능은 섀시와 출력을 다루기에 충분하다. 노즈다이브 혹은 브레이크스티어 현상이 심하지 않고 고속에서 강한 브레이킹이 연거푸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코너를 돌면서 제동을 걸어도 차체가 안쪽으로 말리지 않아 마음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출처 : CIO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