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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한국의 메르스 대응 믿지 못해 합동 조사요구

안성일 입력 07.01.2015 05:01 AM 조회 908
세계보건기구(WHO)와 국내 보건의료전문가가 함께 활동한 ‘한국-WHO 메르스 합동평가단’ 한국 측 대표인 이종구(사진)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연구센터 소장은 1일 “해외보건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메르스 환자 발생이 줄어들고 있지만, 규모도 크고 상황도 복잡해 당분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메르스 현황 및 종합대책’토론회에서 “WHO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가 초기 대처에 실패하고 환자가 중국으로 넘어갔는데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서 한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다”며 “이런 상황은 나라를 정말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아시아를 강타했을 당시 인천검역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역을 총괄했던 사스 전문가다. 

이 소장은 “WHO 측은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국에 투명하게 조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WHO가 공동 조사를 수행하는 이유도 사실상 국내 상황을 들여다보기 위한 일종의 사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보건의료 동맹인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GHSA는 172개국이 참여하는 WHO가 에볼라나 사스 같은 감염병은 물론 지진, 해일 같은 국제적 재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미국 주도로 44개국 정부가 참여해 만든 신(新) 국제 보건 동맹이다. 올 9월에는 서울에서 44개국 각료가 모이는 GHSA 각료급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로 생물 위협에 대한 한국 정부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에서 체면만 구겼다.

이 소장은 “메르스는 사스나 인플루엔자보다 많은 자원을 투입할 만한 질병은 아니었지만 한 달 만에 엄청난 사태를 몰고 왔다”면서도 “시스템의 문제보다는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해결 가능했지만 미숙한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또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2년 미국에서 탄저균 소동이 발생해 10억 달러의 사회적 비용이, 2003년에는 중국과 홍콩에서 발생한 사스 때는 400억 달러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이 소장은 “감염병은 이제 단순한 질병 문제를 떠나 국가 안보와 경제와 직결된 문제”라며 “그러나 한국은 전염병에 대한 예방과 탐지, 대응 측면에서 아직 중간 수준에 머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실시한 에볼라 대응훈련 과정에서 상당수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는 법을 몰라 애를 먹어 다시 훈련을 치른 일이 일어났다. 이 소장은 국내 의료진의 훈련경험 부족도 이번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메르스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백신과 진단제 개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거버넌스’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질병관리본부를 개편해 인적 자원 문제와 더불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공중보건위기대응기본법 같은 법을 제정해 이번 메르스 사태 진행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불법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밖에 메르스 검체를 받아 백신개발에 힘쓰는 전문병원을 짓거나, 공기 중에 바이러스를 포집하는 서베일런스(감시)시스템을 갖추는 방안,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기보다는 이미 발굴된 물질에서 신속히 백신 물질을 찾는 방안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제는 예방의학과 기초학, 인수공통감염병 분야가 모두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메르스 대응 문제는 이제 공중보건의 문제만이 아니고 정책을 넘어 예산과 법을 바꾸는 정치적 문제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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