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는 흥행에서는 '꽝'이지만, 경기는 재미있는 장면으로 넘친다.
24일(미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선 경기 막판에 벌어진 '혼돈의 10초'를 틈타 탬파베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다저스 중견수 크리스 테일러는 타구를 더듬었고, 1루수 맥스 먼시의 송구를 받은 포수 윌 스미스는 주자 태그에 신경 쓰다가 공을 놓쳐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을 찍어 탬파베이에 짜릿한 승리를 안긴 란디 아로사레나는 3루에서 오버런을 한 탓에 역적으로 몰릴 뻔했다가 다저스의 연속 실수 덕분에 영웅으로 둔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실수 퍼레이드로 승패가 결정되면서 올해로 116번째를 맞은 월드시리즈는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추가했다.
26일 5차전에서도 좀처럼 월드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플레이가 나왔다. 바로 홈스틸 시도다.
큰 경기에서는 작은 플레이 하나가 승패를 가를 수 있어 각 팀 벤치는 되도록 도루 등 아웃 우려가 큰 작전을 지양하고 경기를 보수적으로 운영한다.
따라서 대담성으로만 따지자면 야구에서 최고봉 격인 홈스틸도 웬만해선 시도하지 않는다. 2루 도루보다도 잡힐 확률이 높아서다.
2-3으로 추격하던 탬파베이의 4회말 공격 때 2사 1, 3루에서 3루 주자 마누엘 마르고트가 홈스틸을 감행했다.
마르고트는 다저스 좌완 클레이턴 커쇼가 3루 쪽으로 등을 보이고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간 틈을 타 슬금슬금 홈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가 전력 질주로 전환했다.
자칫 보크로 1점을 거저 줄 수도 있는 위기에서 베테랑 커쇼는 차분히 대응했다. 침착하게 오른발을 투수판에서 빼 홈으로 빠르게 던졌고, 마르고트는 홈을 찍기 전에 잡혔다.
기록 통계 트위터 계정인 ESPN 스태츠 앤드 인포는 마르고트가 2002년 이래 18년 만에 월드시리즈에서 홈스틸을 시도한 선수라고 소개했다.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의 브래드 풀머가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배터리의 허를 찔러 1루 주자와 더블 스틸로 3루에서 홈을 팠다.
아울러 홈스틸을 하다가 잡힌 경우는 1991년 월드시리즈 이래 29년 만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당시 미네소타 트윈스의 셰인 맥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4회초 홈스틸을 감행했다가 아웃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