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먹는데 소는 못 먹는, 고사리에 숨은 진화의 비밀

글쓴이: ummee  |  등록일: 10.22.2021 10:48:04  |  조회수: 736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소들은 덩치가 커서 그런지 먹성이 좋다. 웬만한 풀은 다 먹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소도 피하는 식물이 있다. 고사리가 있으면 못 본 척 쓱 피해 가고, 잘못해 입 속으로 들어오면 얼른 뱉어낸다. 고사리의 독 때문이다. 먹어선 안 된다는 걸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 먹성 좋은 소도 못 먹는 고사리를 우리는 먹는다. 소에게도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걸까? 그렇다. 소화 능력이야 소가 낫겠지만 우리에겐 다른 능력이 있다. 익혀 먹는 것이다. 익히면 고사리의 독성이 사라진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남들이 먹지 못하는 걸 먹는 건 대단히 특별한 능력인데, 이걸 우리가 가진 것이다.

음식 혁신, 뇌 커질 공간 생겨 지능 발달

우리가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건 불을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알다시피 불 자체는 우리가 만들어낸 게 아니다. 불은 생명이 탄생하기 전에도 있었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불덩어리로 시작했듯 말이다. 생명체들은 하나 같이 이 불을 무서워했다. 모든 걸 태워 없애버리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인류는 달랐다. 어느 순간 불이라는 게 꼭 위험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이용하면 대단히 가치 있다는 것까지 말이다.

이전에는 무서워 도망가기 바빴던 맹수에게 불을 디밀자 도망갔다. 코끼리 같은 덩치 큰 동물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불을 피워 놓으면 동굴이 아닌 곳에서도 밤을 보낼 수 있었고, 추위도 이겨낼 수 있었다. 이뿐인가? 음식을 굽거나 익히면 소화를 쉽게 시킬 수 있었다. 열이 식재료를 구성하는 성분들을 분해해주는 까닭에 먹성 좋은 초식동물도 엄두를 못 내는 고사리 같은 식물들까지 ‘메뉴’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독은 없지만 먹기 힘든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식물은 초식동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셀룰로오스로(포도당으로 된 단순 다당류의 하나로 고등 식물이나 조류 세포막의 주성분) 세포벽을 만든다. 이런 세포벽은 동물에게 열기 힘든 금고와 같아서 웬만해서는 분해할 수 없다. 분해할 수 없으니 소화시킬 수 없다. 그래서 초식동물도 직접 소화시키지 못하고 일단 씹은 다음, 넘겨서 장내 미생물의 힘을 빌린다. 그럼에도 시간이 꽤 걸린다. 초식동물의 창자가 크고 긴 이유, 더 나아가 덩치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불은 식물이 만든 이 단단한 성벽을 가볍게 허물어뜨렸다. 가열하면 살균도 돼 질병에 덜 걸렸고, 다양한 화학반응을 촉진시켜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맛까지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혁신이었는데, 진짜 혁신은 이 이후에 생겨났다. 가열해서 먹다 보니 길고 큰 창자를 가질 필요가 없어 날렵한 몸을 가질 수 있었고, 크고 강한 이빨과 턱 역시 필요성이 줄어 작아졌다.
그런데 여기서 미래로 가는 새로운 문이 열렸다. 덕분에 뇌가 커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간의 핵심 경쟁력인 큰 뇌를 키우는 토대를 제공한 것이다. 이뿐인가? 필요한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것에 쓸 수 있었다. 이전에는 어두워지면 활동을 멈춰야 했지만 불 덕분에 ‘낮’을 늘릴 수도 있었다. 학자들은 예술도 여기에서 탄생했을 것이라고 여긴다. 어마어마한 이점을 얻은 것이다.

존재하기는 했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았던, 아니 사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공이 된 데는 이렇듯 불이 있었다. 모두 두려워하기만 했던 불이라는 불확실성에서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핵심 역량을 만들어낸 덕분이다. 뇌를 발달시킬 수 없었기에 이런 경쟁력을 ‘생각’지도 못했던 동물은 기존의 감각이나 무기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진화했다. 당연히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동물처럼, 하던 것만 하려는 조직은 정체

얼마 전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직장을 옮긴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다들 안전, 안전만 요구하니 새로운 걸 할 수가 없었어요. 인터넷 은행이 태풍처럼 세상을 휩쓸고 있는데 (전에 있던) 회사는 확실한 것, 성공이 확인된 것만 하려고 했어요. 그러니 남들이 성공한 걸 따라할 수밖에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오래 갈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성장이 정체된 사회나 안 되는 조직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위기감은 팽배한데 이런 위기감을 해소시켜줄 실제적인 행동이 없다. 그래서 불안이 불확실성을 낳고, 이 불확실성이 또 다른 불안을 만든다. 개인이건 조직이건 미래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미래를 대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미래가 탄생한다.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하면 다들 내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부산해진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새로운 미래는 하던 것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하는 것에서 생겨난다. 하던 것을 하는 것으로 내년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불안하지만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 미래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 자세가 어떤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생명의 역사에서 인류는 파격적일만큼 예외적인 성공을 이룬 존재인데, 이런 비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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