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은행 주차장에
저 생명체가 저렇게 서 있었다.
나도
주변의 몇몇 사람들도
처음엔 인식하지 못 할 정도로
저 친구의 행동은 너무 태연했다.
나와 다른 사람따위는
안중에 없는 채로
도도하게
은행거래를 한 100년 쯤은 한 것 같은
뭔지 모를 여유.
키는 1미터 남짓한
인상적으로 날씬한 조류였다.
그 녀석은 왜 거기 있었을까.
궁금증이 가시지 않아서
백과사전을 찾아봤는데,
무식한 나의 조사결과는
왜과리과에 속하는
백로가 아닐까 하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틀린 것 같다.
우선 백로는
무리생활을 하고
물고기와 개구리등을 먹는다고 하는데
저놈은 혼자였고
은행 주차장엔 물고기와 개구리가 없을 뿐더러
배가 고팠다면
여기보단 맥도날드 주차장에 있어야 맞을 것 같다.
길을 잃었다고 하기면
너무 편해 보이며
결정적으로
백로는 겨울 철새라고 하는데
여긴 아직 30도다.
흠.
바캉스를 왔나.
아니면
백로 중 난 놈으로
일찍이 모험을 즐기는 타입?
무지한 상상은 그만!
하지만
녀식 덕분에
나와 그곳에 있던 몇몇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놈이
백로든 아니든
은행에 송금하러 왔든 무엇이든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소통이란
그 저마다의 이유에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
나는
나와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을까?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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