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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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은 물려받아도, 배우자는 스스로 얻는다 [이웅진 결혼]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3.16.2026 05:50:52  |  조회수: 83
재산은 물려받아도, 배우자는 스스로 얻는다 내가 알기로는 한국 부모만큼 자녀 결혼에 관심을 쏟는 부모도 드물다. 한국에서, 혹은 해외 한국계 가정에서 결혼은 한 개인의 일이 아니라 집안 전체의 중대사다. 부모에게 자녀의 결혼은 인생의 마지막이자 가장 큰 숙제처럼 여겨진다. 이렇다 보니 부모의 성공과 사회적 지위는 자녀의 결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라는 타이틀은 보이지 않는 프리미엄이 된다. 자녀 수가 한둘로 줄어든 시대에는 부모가 평생 일군 부와 명예가 고스란히 자녀에게 이어진다. 부모의 성공이 자녀의 미래, 더 나아가 결혼생활의 조건으로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성공한 부모를 둔 것은 자녀에게 하나의 자산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실력은 아니다. 좋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부모 덕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자만이 싹트면 문제가 시작된다. 남녀 만남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상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만남의 기회가 많아지면 오히려 만남에 중독되기 쉽다. 기회가 많으니 아쉬울 것이 없고, 선택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은 일종의 권력처럼 작용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관계’가 아니라 ‘평가’의 장으로 변질된다. 실제로 성공한 미국 교포 가정의 사례가 있었다. 한국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자였던 그는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 공장을 차렸고, 30년간 성실히 일해 큰 부를 쌓았다. 수백만 달러 대저택에 살고, 건물 여러 채에서 나오는 임대수입으로 경제적 기반은 탄탄했다. 하지만 자녀 교육은 기대만큼 되지 않았다. 부모는 바빴고, 미안함을 보상하듯 자녀가 원하는 것은 대부분 들어주었다. 그 결과 30대 중반의 아들은 별다른 직업 없이 부모 소유 건물을 관리하며 지내고 있었다. 미국에서 마음에 드는 한국계 이성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성공한 부모를 둔 것 말고는 평범했던 아들은 좋은 만남의 기회를 다 날렸다. 여성의 외모, 직업, 나이를 따지고, 매너도 좋지 않았다. 배우자 만남에서 부모의 경제력은 분명 좋은 조건이 된다. ‘재벌 2세’ 같은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장차 상속받을 재산에 대한 기대도 생긴다. 이 아들 역시 만남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그 기회가 오히려 독이 됐다. 외모, 직업, 나이를 까다롭게 따졌고, 매너 또한 좋지 못했다. 그러다 30대 초반의 의사를 소개받았다. 그는 이상형에 가까운 여성이라며 적극적으로 만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여성 쪽에서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성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의 재산을 제외하면 스스로 내세울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제야 아들은 깨달았다. 자신을 좋다고 했던 여성들을 스스로 밀어냈다는 사실을. 뒤늦은 자각이었다. 그는 이제라도 겸손하게, 신중하게 만남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의미가 있다. 나는 종종 ‘인생 총량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평생 만날 수 있는 인연의 기회는 무한하지 않다. 한 시기에 지나치게 많은 선택을 누리면, 정작 결정해야 할 때에는 기회가 줄어들기도 한다. 반대로 인연이 없는 것 같아도 기다리고 준비하면 다시 문이 열리기도 한다. 좋은 시절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하며 소중한 만남을 가볍게 여기다 보면, 결혼 시기는 늦어지고 선택지는 좁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되고, 상대 역시 세상 경험이 많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결국 예전에 만났던 많은 이성을 놓친 것을 깨닫고 후회하는 순간이 온다. 부모의 성공은 분명 자녀에게 힘이 된다. 만날 수 있는 이성의 범위를 넓혀주고, 기회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그것을 자신의 성취로 착각하는 순간, 그 특권은 독이 된다. 결혼은 조건의 합이 아니라 태도의 결과다. 자만 대신 겸손, 선택 대신 책임의 자세로 임할 때 비로소 좋은 인연이 이어진다. 그 아들은 최근 과거에 자신이 거절했던 여성과 다시 연락이 닿아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예전과 다른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오지만, 붙잡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웅진(결혼정보회사 선우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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