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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도 넘은 선수 흔들기에 '사면초가' 김현수

등록일: 03.29.2016 10:42:34  |  조회수: 622

'한국 유턴' 언급에 경쟁 선수 영입설까지…기회조차 박탈

전문가들 "그래도 메이저리그서 버텨야"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쪽에서는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정 그러면 마이너리그에서 정비해 보는 게 어떠냐'는 속삭임이 들린다.

'사면초가'에 빠진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이야기다.

낮은 출루율과 지나친 우타자 편향, 코너 주전 외야수 부재에 고민하던 볼티모어는 지난겨울 김현수를 2년간 700만 달러(약 81억4천만원)에 계약했다.

계약금만 놓고 본다면 볼티모어는 김현수에게 주전급 대우를 했다. 댄 듀켓 단장은 김현수 입단 직후 "테이블세터를 맡길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고, 벅 쇼월터 감독은 "5월까지 기다리겠다"고 안심시켰다.

그렇지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둔 현재, 그들의 말과 행동은 반대로 움직인다.

물론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김현수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김현수는 첫 7경기를 21타수 무안타로 시작했고, 이후에 타율을 회복했지만 0.182에 그친다. 볼넷은 1개뿐이고, 타자의 생산력을 보여주는 OPS(출루율+장타율)는 0.411이다.

그런 탓에 김현수 흔들기는 날로 심해진다.

폭스스포츠는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가 윤석민을 2년 전 돌려보낸 것처럼 김현수도 비슷한 방안을 추진하려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듀켓 단장은 "우리만 결정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현수가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를 원하는 구단이 KBO리그에서 나타나야 한다"며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개막이 가까워지며 출전 기회도 줄었다. 28일 피츠버그 파이리츠(브래든턴) 원정에는 동행했지만 출전하지 않았고, 29일 보스턴 레드삭스(포트 마이어스) 원정은 아예 가지도 않았다.

김현수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던 쇼월터 감독은 28일 MLB닷컴에 "김현수 거취에 대해 힘든 결정을 앞뒀다"고 말을 바꿨다.

29일에는 볼티모어가 매트 조이스·데이비드 머피 등 좌타자 베테랑 외야수 영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현지에서 나왔다.

하지만 김현수와 윤석민은 경우가 다르다.

볼티모어는 윤석민을 1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지켜봤고, 윤석민 역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동의했다.

반면 김현수는 이제 고작 시범경기에서 3주 남짓 뛰었을 뿐이다.

선수 본인도 최근 주위에 '지금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현수에게 2년 700만 달러를 약속한 볼티모어가 벌써 '한국 유턴'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본인들의 스카우트 실책을 인정한 것이기에 본심은 다른 데 있을 가능성이 크다.

김현수에게 '한국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고 먼저 말한 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걸 설득하는 전략이다.

볼티모어 구단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진 김현수 동의를 얻어야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 있다.

때문에 '한국 유턴'과 같은 극단적인 이야기를 먼저 흘린 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 컨디션을 회복한다면 메이저리그에 올려 주겠다고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라는 무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마이너리그에 내려가면 메이저리그 승격을 가로막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KBS N 스포츠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김현수는 지금 무조건 버텨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맞고, 거기에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전혀 뛰어 본 경험이 없는 김현수가 적응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오히려 더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적응에 고전하는 김현수는 '상도의'를 무시한 볼티모어 구단의 처사에 더욱 힘들어한다.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하기에는 이제 기회조차 안 돌아온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외야수 김현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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