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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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 김형준 · 우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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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산다고 그럼 영어께나 하겠네!!

글쓴이: Donquejote  |  등록일: 11.02.2013 11:09:46  |  조회수: 3922
미국에 살면 다 영어를 잘 해야 하는 것 인가요? 
미국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미국 주류들만 모여 살고 있어 죽을 판 살 판 영어만 써야 할 곳도 아닌데, 그런 LA에 살고 있는 제게 네이티브 영어를 바라다니...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변명 같겠지만요, 저는, 순전한 제 느낌으로는 미국, 그것도 LA에 오고 나서 오히려 영어가 줄어 든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서 나이가 들어 (19금을 볼 수 있는 나이 이후를 칭함) 오신 분들이야 저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걸요!

김형준님께 한 마디 해야겠어요. 깔끔한 방송진행, 맛깔 나는 에드립, 적당한 제동 그리고 가끔씩 터뜨리는 문학적 철학적 일상의 상식 등 진행자의 자질을 두루 갖춘 분이라 정말 존경하고 한번쯤은 (두 번도 좋고) 꼭 만나고 싶은 분임에는 절대 틀림이 없는데 왜 영어로 매년 지르는지요? 잊을만하면 집적대는 ‘니가 영어를 알아?’ 모르면 좀 어때서, 왜 아픈 가슴을 후비느냐고요?

각설하고 이민이라는 핑계를 대어 이곳으로 날아든 다음 해, 자식의 사는 형편이 궁금한 아버지는 온다는 기별도 없더니.
“여기 LA 공항이다. 니가 올래? 내가 갈까?”

열 받은 사건은 다음 날 일어났어요. 아버지를 혼자서 집에 계시게 하고 출근을 해야 했던 저는 아버지가 깨시지 않게 조용히 빠져 나오면서 메모를 남겼지요. ‘아버지, 키친 냉장고에 치킨 한 마리 있으니 데워 드시고 어쩌고 저쩌고... 일찍 올게요.’
아버지가 전화를 하신 것은 점심시간이 가까워서였습니다. 전화를 받는데 귀가 찢어질 듯한  아버지의 일갈이 터졌습니다.
“얀마, 니는 아직도 치킨, 키친도 구별 못하나? 치킨이 부엌이고 키친이 닭이라는 것도 몰라서 그리 메모를 남긴 거가?”“예에? 제가 어떻게 메모를 남겼는데요? 바로 쓴 것 같은데..”
“바르기는 뭐가 바르다 하노? 키친에 치킨이 있다며? 우째 닭 안에 부엌이 있을 수 있노 말이다?”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키친이 닭이 아니고 부엌이라고? 닭이 키친이라고?’
“아부지, 그리 썼을 리가 있능교? 내가 아무렴 치킨이 부엌이고 키친이 닭이라는 것도 모를까봐요?”“아이고 불쌍한 아들아, 내가 영어는 잘 몰라도 한글은 제대로 읽는다. 내 니가 써 놓은 그대로 읽어 주께 들어 봐라. 키친 냉장고에 치킨 한 마리 있으니 데워 먹으라며? 얄마야, 어떻게 부엌을 애비한테 멕일라 하노?”
가만, 가만! 아버지가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있노? 키친에 치킨? 부엌에 닭! 이거 맞는 말 아닌가?“아이고 아부지, 그만 헷갈리게 하이소. 치킨이 닭이고 키친이 부엌이면 맞는 말인데, 아부지가 헷갈리는 것 같습니더.”
“야가 뭐라카노? 키친이 닭이고 치킨이 부엌이다. 제발 좀 바르게 알아라.”
“아닙니더. 아부지가 잘못 알고 계시는 겁니더.”“자슥이 마! 애비가 가르쳐 주면 그런가 보다 하지 왠 똥고집을 부리쌌노? 니가 영어를 알기나 하나?”
눈물이 납니다. 영어가 어려워서는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고 헷갈리는 단어로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인 게 서글퍼서도 아닙니다. ‘니가 영어를 알기는 하나’라니? 그것도 저를 직접 나은 아버지께서... 집에 들어가 보았자 아버지의 놀림은 계속될 것이고, 먼 이국까지 자식 보러 오신 아버지께는 죄송하지만 그 날은 그냥 맘 편히 혼자 있고 싶어 졌습니다.
“야근이 있어서 회사 쎄미토리에서 잘까 해서요.”“쎄미토리? 그게 어딘데?”“쎄미터리가 기숙사 아닙니까? 영어회화를 뗐다시면서 쎄미토리도 모릅니까?” "기숙사? 그거 돔이라 하는 거 아니가?" "맞아요 돔. 그건 줄인 거고 진짜는 쎄미토립니더." 그래에? 쎄미를줄이는데 디가 되는 긴가...?"
쎄미토리가 줄면 돔이 되는 게 제게도 좀 이상하긴 했지만 저는 그 순간 쾌재를 불렀지요. 아무리 부자지간이지만 아버지께 한방 먹였구나 (드시게 했구나 했어야지) 생각하니 뿌듯해지는 가슴인 거 있죠?
그만 주절대고 빨리 쎄미토리에 가서 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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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rning Garden  11.02.2013 20:45:00  

    ㅋㅋㅋ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슴다
    대박임다~~~

    화요일(11월5일) 방송에 바로 지르겠습니다
    '영어가 뭐예요?'의 첫 소개 편지로 그만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수준까지만 영어를 하고 싶습니다
    못알아들어 비굴한 웃음으로 때워야 했던
    그 수많은 세월이 지금도 쪽팔려서리(죄송).
    그런데
    가끔 그 창피함을 지금도 반복합니다
    집에 가면 잠이 안옵니다.
    지금껏 뭐하고 살았나 싶어서리---.
    님과 함께 화이팅합니다.*^^*

  • Lahabra43  11.05.2013 17:09:00  

    하이고 젊은 사람들이 영어가 엉망이네.ㅎㅎ
    Dormitory 라고하지 쌔미토리가 머꼬? 묘지(Cemetery)에서 자고 왔능교?
    이 늙은이 한테 좀 배우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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