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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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현성당(藥峴聖堂)을 아십니까

글쓴이: 데이빗lee  |  등록일: 06.12.2023 22:04:10  |  조회수: 528
약현성당(藥峴聖堂)을 아십니까?

아마 제가 다섯살쯤이었는가요......
집근처에는 예쁜 성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형들과 누나가 학교에 가고나면 저는 그 성당으로 달려가곤 했었습니다.
서울역 뒤편에있었던 그성당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성당이었다네요.
오래전 약초가많이 나오던 약현골에 지어진 약현성당 입니다.

정문을 들어서면 파란눈의 수위 아저씨가 무서워 보이기도 했지만 비탈길 따라 올라가면 병원건물도 보였고 유치원도 있었습니다.성당건물을 지나 왼쪽편으로 돌아가면 이색적인 집들과 수녀님들이 계시던 여러 건물들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텃밭과 조그만 동산도 있었는데 그 동산 언덕에 앉아서 보면 서부역에서 염천교 가는 길이 보였습니다.지나가는 전차에서 나는 종소리가 들렸고 가끔씩은 기적소리를내며 달려가는 기차의 검은연기가 하늘높이 올라가는것도 보였습니다.
우리동네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서 동네사람들은 그 성당으로부터 많은 구호품을 받아서 생활을 하기도 했었던것 같습니다.
총총걸음으로 이곳 저곳을 다니다,항상 머물러 한참을 바라보았던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약현유치원 이었습니다.유치원 마당을 들어가는 철창살문은 늘 잠겨있어서 마당에있는 미끄럼틀과 그네.....그리고 시소를 그저 바라만보고 서있다가 돌아서곤 했었습니다.
자그마한 텃밭을 돌아 그다음엔 작은 동산을 지나 푸르고 푸른동산엔 성당의 종탑만큼이나 높은 포플라나무.
그이파리들은 햇빛과함께 반짝였으며 이름모를 들풀들,들꽃들이 풀냄새를 피울때, 파란하늘엔 매미소리 울려퍼지고, 고추잠자리들의 유영(游泳)은 어지럽기만 한데,배고픈줄도 모르고 다니다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다보면 스르르 잠이들기도 했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저는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들어 이내 집으로 달려가 엄마품에 안기곤 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깜박 잠이 들었다 깨어보면 어머니께서는 어두운 백열등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계셨지요.
아버지와는 무슨 얘기를 그리도 도란 도란 하셨는지.......
그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리고 곧 가물가물 잠이들면 그 어디에서도 볼수 없었던
아름다운 세상이 보였었습니다.

나는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날 꿈꾸었던 아름다운 세상.
그네 타며
미끄럼틀 타고 내려오며,
두팔 벌려
푸른하늘로 날아 올라
고추잠자리와 함께 푸른하늘 날아다니던
그날의 꿈을.

그립습니다.
약현성당의 뒤편......
여름날 포플라 나뭇잎
반짝이던곳.
가을 고추잠자리와, 빨간낙엽이
하늘엔 어지럽고
겨울이면 소복히 눈내려 호호 손불며 함박눈 바라보면
호젓한 작은정원에 사락 사락 눈쌓이는소리가 들려오던 그곳.

조그마한 천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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