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은 지난 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입회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올 들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가 25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216억7800만달러(약 25조800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197억3400만달러)보다 19억달러 이상 늘어난 규모다. 4년 전인 2017년(14억4800만달러)과 비교하면 15배 가까운 수준까지 불어난 것이다.
서학개미들의 투자는 동학개미와 비교해서도 적지 않은 규모다. 서학개미 순매수 금액은 올해 개인들의 코스닥 주식 순매수 금액(12조2600억원)의 두 배가 넘고, 코스피 주식 순매수 금액(68조1800억원)의 37.8%에 해당한다.
서학개미 거래 대금 작년의 2배로 껑충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는 크게 늘었다. 매수액과 매도액을 합친 거래 금액은 3802억3900만달러로 지난해(1983억2200만달러)의 거의 두 배 수준까지 늘었다. 지난해 서학개미 열풍이 시작되면서 거래 대금이 2019년(409억8500만달러)의 5배 가까운 수준까지 뛰어올랐는데, 올해도 급증세를 이어간 것이다.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계좌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 말 기준 386만8000개로 지난해 말(189만6000개)의 2배 수준까지 늘었다. 10대 이하와 40~60대 해외 주식 계좌가 작년 말 대비 2배 넘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가 83.67달러에서 705.67달러로 743.4% 뛰면서 서학개미 투자 증가의 기폭제가 됐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횡보장이 이어지면서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지난 1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5조88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증시에서는 48억4100만달러(약 5조8000억원)를 순매수했다.
서학개미 열풍 이끈 테슬라의 귀환
올해도 서학개미 열풍의 중심에는 테슬라가 있었다. 올 들어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식을 25억8400만달러(약 3조1000억원)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 상위 종목과 비교해도 삼성전자 보통주(32조6400억원), 삼성전자 우선주(5조1100억원), 현대모비스(3조2800억원)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학개미들이 올해 무조건적으로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학개미들은 테슬라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 883.09달러까지 오르며 ‘천슬라(주가가 1000달러인 테슬라)’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지난 3월과 5~6월에는 500달러대로 추락하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주가 하락의 여파로 테슬라는 지난 5월에는 아마존에 밀려 서학개미들의 월간 순매수 2위로 떨어졌다. 급기야 7월에는 서학개미들이 2019년 12월 이후 19개월 만에 테슬라 주식 순매도로 돌아섰고, 지난 7~10월 4개월에 걸쳐 테슬라 주식을 6억1900만달러 순매도했다.
그러다 지난 10월에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자 서학개미들은 다시 테슬라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지난달(7억1555만달러)과 이달(7억7256만달러)에 서학개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지난 11월 4일 1229.91달러까지 올랐던 테슬라는 최근에는 932.57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테슬라 외에도 올 들어 서학개미가 많이 순매수한 종목들은 대부분 기술주들이었다. 순매수 3위인 구글(알파벳)을 비롯해, 애플, 페이스북(메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위 이내에 모두 포함됐다.
나스닥10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의 3배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등 뉴욕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3개도 순매수 상위 10종목에 포함됐다. 순매수 10위 종목은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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