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월가가 타격을 입더라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라는 조언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은 1990년대 이후 시장이 폭락하고 경제가 추락할 때마다 '연준 풋(Fed put)'에 길들어졌으나,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연준의 지원을 기대하기 훨씬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전쟁이 금융 시장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더 빠른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는 연준으로써 가격이 더 오르는 것을 용납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연준은 경제적으로 제약이 큰 상황이다.
중앙은행들은 경제적으로 공급 측 충격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특히 전쟁으로 인한 공급 충격으로 유가가 오를 경우 이는 일회성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를 악화시켜 오히려 석유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연준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공급 측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 바 있다. 게다가 1970년대와 같은 위험을 저지를 수도 있다. 즉 인플레이션 기대를 무시해 일회성 충격을 내버려 둬 결국 임금이 오르고, 기업들의 비용이 상승해 제품 가격이 오르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1년 뒤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거의 6%로 전달보다는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임금은 소비자 물가보다는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의 임금 견인 인플레이션을 상기시킨다는 게 저널의 지적이다.
1970년대와 비슷한 점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공급 측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금리를 인상해야 했다는 점이다. 연준은 1981년 이후 모든 침체에서 금리를 인하했으나, 1970년대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 중동의 원유 금수 조치에도 오히려 금리를 인상해야 했다.
저널은 러시아의 공급 제한이 1974년 중동의 원유 금수 조치보다는 덜 심각할 것이라며 그에 따라 올해 경기침체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1970년대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된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부양책을 단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러시아가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했을 때 연준은 주요 헤지펀드의 파산에 따른 타격을 억제하기 위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을 방어했다. 하지만 당시는 금리가 높고, 인플레이션이 2%를 밑돌던 때였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높고, 금리가 낮은 반대의 상황이다.
저널은 연준은 과거보다 시장을 도울 도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리는 이미 제로 수준이고, 더 많은 채권을 살 수 있지만, 별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널은 연준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도구는 현재 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1.7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 기대를 낮추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약간의 도움만 될 뿐 상황이 악화했을 때 금리를 올리지 않는 것은, 금리를 인하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덜 강력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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