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이 날 추천? 그분이 왜?" 정상훈의 운명이 바뀌다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9.05.2017 14:51:34  |  조회수: 1092
김희선이 날 추천? 그분이 왜?" 정상훈의 운명이 바뀌다

[인터뷰] JTBC <품위있는 그녀>의 안재석 역할로 '홈런' 때린 배우 정상훈
[오마이뉴스 글:유지영, 사진:이정민]
"우려의 목소리가 너무 많았다."
JTBC <품위있는 그녀>의 안재석 역할로 배우 정상훈이 캐스팅 되고 드라마가 시작되자 < SNL코리아 > '양꼬치 앤 칭따오' 이미지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 SNL > 보는 거 같아.' '쟤(정상훈) 나오면 < SNL > 아니야?'하는 반응들이 있었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가 끝나자 그 반응은 달라졌다. 정상훈은 "이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다. "'4부정도까지만 (내 연기를) 보면 (반응이) 달라질 텐데' 생각해서 시청률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올라가더라." 그는 그 공을 <품위있는 그녀>를 집필한 백미경 작가와 연출한 김윤철 감독 그리고 상대역인 배우 김희선에게 돌렸다.

8월 29일 이태원에서 배우 정상훈을 만났다. 그는 마치 주문처럼 "많은 것들이 잘 되는 이런 시기에 공중에 붕 뜰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공중에 붕 뜨지 않게끔 땅에 신발을 꼭 붙이고 있으려 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아무도 몰라주니 들뜨지 말자. 남들은 아무도 모르니 들뜨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하나의 드라마가 시작과 끝을 보는 동안 한 배우의 위치가 달라지는 경험. 이 경험을 지금 정상훈은 하고 있다.
"다들 놀라시더라, 나도 놀랐다"

▲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의 배우 정상훈이 28일 오전 서울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처음 맡지 않았나.
"맞다. 다들 놀라시더라. (웃음) 그러는 본인은 얼마나 놀랐겠나? 김윤철 감독님 쪽에서 처음 대본이 들어왔다. '무슨 역할인데?' 싶어서 훑어 보니 '우아진·박복자·안재석' 순인 거다. 안재석? 세 번째(로 중요한 역할)네? 이름이 헷갈린 거라고 생각해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거 헷갈린 것 같아. 역할 다시 말해줘'라고 말했고 다시 확인을 받았다. '뭐라고 안재석이라고? 안재석? 세 번째인데? 안재석이래?' 너무 기분이 좋더라.
그리고 다시 물었다. '상대 배우가 누구야? 우아진이 누구야? 김희선?' (웃음) 듣자마자 '그 분이 왜? 날 왜?'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김희선씨 쪽에서 나를 추천했다고 그러더라. 왜 날 추천했을까? 나에게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나도 기사 보고 알았다."
- 왜 추천했는지 김희선에게 물어보았나?
"아직 물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물어보려고. 무엇 때문에 날 추천했는지. '당신의 촉이 정확하게 맞았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웃음)"
- 김희선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연기적으로 많이 통했다. 불꽃이 막 튀겼다. 김희선씨와 함께 하는 신은 NG 없이 거의 한 번에 가는 편이었다. 한 번에 열 신도 찍고 그랬다. 앞에서 옷도 갈아입고 그랬는데 남자인 나보다 옷을 더 빨리 갈아입더라. 스태프들이 기다리니까. 스태프들에게도 진짜 잘 한다. 아무래도 예민해질 수 있는 감정신이 있는데 컨트롤을 잘 한다. 많이 배울 점이다."
"대본연습 때부터 애드리브 했다"
- 정상훈의 연기가 좋았다. 안재석 캐릭터를 어떻게 잡았나?
"인물이 처음에는 잘 안 잡히더라. 재벌 2세인데 내 주변에 재벌 2세가 아무도 없어서. (웃음)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대체로 재벌 2세들은 사이코나 악역, 뒤에서 배신을 하는 등의 캐릭터가 많더라. 내가 따라할 캐릭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을 하다가 안재석이 '도덕적으로 완성이 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돈이 많다 보니 도덕적인 잣대가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에는 이해하기 편했다. 그 다음에는 내 장기인 코미디를 많이 집어넣었다. 리액션을 할 때도 눈을 '껌뻑껌뻑'하는 (등의 연기를 보였다.)"
- 사실 애드리브와 대본이 잘 분간되지 않더라.
"애드리브를 할 수 있도록 많이 열어주셨다. 감독님이 나를 캐스팅했는데 보더니 '같이 합시다'라면서 손을 내밀더라.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나? 너무 운이 좋았다. 아마 감독님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정상훈씨는 개그맨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모험을 걸 필요가 있을까'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나를 택하면서 감독님이 느꼈을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첫 대본연습 때 그런 우려를 종식시키자'고 생각했다. 대본연습 잘 준비해서 애드리브도 준비한 거 다했다. 물론 작가님 대본도 훌륭하지만 조금 더 다른 것을 녹이고 싶었다. 현장의 기분과 공기를 그대로 느끼고 여기서 나오는 어휘를 선택해서 애드리브를 했다."
- 극 중에서 했던 애드리브 중에 가장 만족스러운 애드리브는 뭐였나?
"이기우씨에게 말했던 '키다리아저씨'! 그것도 애드리브였다."

- 백미경 작가는 애드리브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너무 좋은 대본 써주셨는데 여기에 MSG를 더 넣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에는 결례가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작가님 만나니 '상훈씨 더 하지 그랬어! 난 너무 좋았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안재석이거든'이라고 말해주시더라. 백미경 작가님과는 인연이 깊은 게 내가 출연하는 <흥부>라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셨다. 이 분의 천재적인 집필 솜씨는 어디까지일까? 기대되지 않나. <힘쎈 여자 도봉순>을 쓰시면서 <품위있는 그녀>를 같이 썼다고 하시더라. 숨겨 놓은 대본 아닌가 진짜인가 싶었는데 트렌드에도 맞는 대본이었다. 그제서야 '같이 집필을 하셨네' 싶었다. 심지어 보조 작가도 없다고 한다."
- 현장에서 잘 놀 수 있게끔 배우에게 힘을 주는 작가인 것 같다.
"그런데 놀이터인지 노래방인지 구분 못하고 노는 배우들은 싫어하지 않을까. (애드리브는) < SNL > 통해 많이 배웠다. 어떻게 보면 학교 같다. 당일에 대본이 나오고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 남짓 된다. 그 10시간 동안 캐릭터가 바뀌기도 하고 리허설을 하면서도 계속 대본을 고친다. 고치고 고치면서 그렇게 나온다. 그러다 보면 오감이 열리게 된다. 그런 식의 훈련을 많이 해서 그런지 도움이 됐다."
- 사실 <품위있는 그녀>로 연기자로서 위치를 확고히 해서 < SNL코리아 >는 하차할 거라고 많이들 생각한 것 같다.
"< SNL >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 그리고 아무도 몰라주니 들뜨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나만 들뜨지 '남들은 아무도 모른다'고. (웃음) 나를 여기까지 만들어준 것도 있었고 여러 가지가 공존했다. '양꼬치 앤 칭따오'로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미지를 버리고 내가 스스로 '나 배우야 배우'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겠나. 그건 들뜬 거랑 똑같은 거라 본다. 나는 정말 내가 이렇게 되길 바랐다. '양꼬치 앤 칭따오'라는 이름이 좋고 마치 교집합처럼 안재석이라는 인물이 태어난 거 아니냐. 내가 가고자 했던 길이 딱 맞아떨어진 거다. '배우'라고 말해줘도 기분 좋고 '코미디 잘 봤다'고 말해주는 것 역시 기분 좋다."
- <품위있는 그녀> 이전까지만 해도 코미디언의 이미지가 강해서 서운한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난 지금 분명 웃음을 주고 있고 그러니 코미디언도 맞는 거다. 배우든 코미디언이든 그 호칭 자체가 뭐가 중요한가? 그것처럼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것보다 내게 더 큰 힘은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아빠로서 과정이다. 내가 만일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무서움이 없었을 테니까. 지금은 무서움이 생겼고 그것도 책임감 중에 하나다."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 안재석은 '불륜남' 캐릭터다. 미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 보다 좋은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고자 하는 욕심은 없었나.
"있었다. 사실 '양꼬치 앤 칭따오'가 잘 돼 광고를 많이 찍었고 혹시라도 상품을 구매하시는 여성 분들께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전략적으로 코미디를 보여드린 것도 있다. 코미디의 강점은 그거다. 웃으면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미워 죽겠는데'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하다가도 '하하하' 웃고."
- 아이들이 있는데 이를 생각해서 작품 선택을 하진 않나?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를 학대하는 작품? 그런 건 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도 상상하기 싫고. 실제 공함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10분만에 찾긴 했는데 그 10분을 잊을 수 없더라. 눈앞이 깜깜해졌다."
- 20년간 무명이었다. 어떤 인터뷰를 보니 접고 장사를 할 마음도 있었다고. 장사를 했으면 후회했을까?
"난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배우는 내 꿈이고 '꿈은 꿈이다'. 하지만 나를 위해 책임감을 저버리는 건 아빠로서 아니라고 본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그렇지 않나. 내 꿈을 위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없다. 나의 아버지도 내 등록금을 내기 위해 원하지 않는 곳으로 회사를 이직했다. 후회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가게로 대박이 나고 통장에 어느 정도 수입이 들어오면 그때는 (내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겠지. 실제로 그런 분들이 꽤 많다. 내 친구도 쭈꾸미 장사하고 대박 나서 다시 대학로로 와서 연기를 한다."
- 우여곡절 끝에 많이 '올라왔다'. 최종 목표가 어디인가?
"나는 꾸준한 걸 좋아한다. 20년 동안 여기까지 꾸준하게 왔다. 나는 '나비효과'를 믿는다. 내가 대학로 무대에서 날갯짓을 한 선택이 맞아 떨어진 거고 그걸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지금도 날갯짓을 하고 있다. 그 날갯짓이 1~2년 사이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5년 뒤에는 분명 성과로 나타나지 않겠나."

'암스트롱 불륜' 연기했던 정상훈의 남다른 자전거 사랑
<품위있는 그녀> 극 중에서 안재석은 이른바 '자발남(자전거를 타고 바람 피는 남자)'와 '암스트롱(미국의 사이클 선수) 불륜'으로 자전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낸 바 있다. 재미있는 점은 실제로도 정상훈이 '사이클 마니아'라는 사실이다. 정상훈은 "출퇴근 비용이 들어 자전거를 사서 끌고 다니기 시작해 한강도 몇 바퀴씩 돌고 그런다"며 자전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 갖고 있는 자전거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삼천리자전거'에 '첼로'라는 브랜드가 있다. 그 자전거가 130만원짜리인데 그걸 50만원에 판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당시 갖고 있던 자전거를 5만원에 팔고 45만원에 샀다. 나에겐 정말 큰 돈이었다. 거의 전 재산을 몰빵해서 샀다. 당시 좋은 '계약 건'이 있었다. 자전거를 사고 기분이 좋아 남산에 올라가는데 그 중턱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 계약이 '빠그러진 거'다. "상훈씨 죄송합니다" 하더라. 아니 대본 연습까지 했는데 이런 경우가 있나? 싶어 화가 나고 배신감도 느껴졌다. 당시 그 일을 못하면 4개월을 쉬어야 했다. 4개월 동안 일이 없는 셈이다.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자전거를 아직도 갖고 있다. 굉장히 의미 있는 자전거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잘 되지 않았으면 이 자전거는 그저 고통일 텐데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 내가 잘 되면 '그런 일도 있었지'가 되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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