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뭐 저런 애가...` 서로의 거울이었던 라이벌,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4.13.2017 13:57:58  |  조회수: 753
같은 시대 빙판 누빈 한·일 피겨 천재
마오, 끝내 ‘연아 벽’ 못 넘었지만
은퇴 회견서 “날 북돋워줬다” 회고
예쁜 외모에 실력 갖춘 ‘동갑내기’
주니어 땐 마오가 국제대회서 앞서
연아, 트리플 악셀 대신 점프 질 높여
기술·표현력 키워 성인무대 독주


“왜 하필 저 아이가 나랑 같은 시대에 태어났을까.”
 
‘피겨 여왕’ 김연아(27)는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아사다 마오(27·일본)와 관련해 이런 한탄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제갈공명의 지략을 부러워한 주유가 “하늘은 왜 나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 한탄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같은 시대에 태어난 걸 한탄한 쪽이 김연아(1990년 9월 5일생) 뿐일까. 아사다(1990년 9월 25일생) 역시 같은 한탄을 하지 않았을까.
 
동갑내기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와 아사다는 주니어 때부터 김연아가 은퇴한 2014년까지 늘 라이벌로 인식됐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피겨선수, 1m65㎝에 약간 못 미치는 키, 길고 가는 팔다리 등 체격까지, 둘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빼어난 실력과 외모로 어릴 때부터 주목받았던 두 선수는 늘 비교되며 경쟁했다. 주니어 때는 김연아가 아사다를 추격하는 입장이었지만, 시니어 데뷔 후엔 반대 입장이 됐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대회는 2004년 12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다. 12세 때 이미 트리플 악셀(공중 3.5회전) 점프를 성공했던 아사다는 합계 172.83점으로 김연아(137.75점)를 큰 차로 제쳤다. 14세 시절 아사다는 김연아에게 넘기 힘든 벽이었다.

김연아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연습 때도 마오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너무나 가볍게 점프들을 성공시켰다. 트리플 악셀도 실패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세상에 뭐 저런 애가 있나’ 하고 생각했다.”
 
주니어 첫 시즌(2004~2005 시즌), 아사다는 모든 대회에서 김연아를 앞섰다. 둘은 출발선이 달랐다. 아사다는 150억원 짜리 전용링크에서 혼자 마음껏 훈련할 만큼 일본 각계의 지원을 받았다. 반면 김연아는 놀이공원 아이스링크에서 사람이 없는 새벽이나 한밤중에 훈련했다. 격차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좁혀졌다. 왕좌를 지키려는 아사다와 그 뒤를 쫓아가는 김연아 가운데 부담이 더 컸던 건 아사다였다. 김연아는 훈련지를 캐나다로 옮긴 뒤 정확한 기술과 섬세한 표현력을 보여주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트리플 악셀 대신 다른 점프를 더 완벽하게 구사하는데 힘썼다. 그 결과 김연아는 피겨 점프의 교과서가 됐다.
 
반면 아사다는 무섭게 추격해온 김연아를 이기기 위해 트리플 악셀 점프에 매달렸다. 점프 높이가 낮고 체공시간이 짧아 성공률은 떨어졌다.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아사다는 김연아에게 역전당했다. 2007~08시즌까지 4승3패로 아사다가 좀 앞섰다. 하지만 그 후 9차례 맞대결에서 김연아가 7승2패, 절대우위였다. 아사다는 김연아를 의식했고, 경기 후 눈물을 쏟는 일이 잦아졌다. 김연아는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아사다와 라이벌 관계를 묻는 질문엔 “아사다를 이기려고 피겨를 하는 건 아니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김연아와 아사다간 라이벌전의 하이라이트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아사다는 깔끔한 연기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 열기가 가시기도 전 등장한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로 78.50점을 받았다. 아사다보다 4.72점 많은 세계신기록이었다. 작지 않은 점수차에 아사다는 동요했다.
 
이틀 후 프리스케이팅에선 김연아가 먼저 나와 150.06점을 받았다. 합계 228.56점. 결국 금메달이 된 이 점수는 세계신기록이었다. 그 뒤에 나온 아사다는 점프에서 여러 차례 실수했다. 결국 경기가 끝난 뒤 화장실로 달려가 울었다. 아사다는 은메달을 받았다.
 
그 이후 김연아는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1년 넘게 휴식했다. 그리고 2012년 7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하겠다”며 빙판 복귀를 선언했다. 김연아는 소치에서 은메달을 따자 미련없이 스케이트를 벗었다.

아사다는 은퇴시점을 놓고 고민했다.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여한이 컸고, 자신의 후원수익을 배분받는 일본빙상경기연맹 입장도 고려해야 했다. 그 사이 아사다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일본선수권에선 여자싱글 출전선수 24명 중 12위에 그쳤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결국 10일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아는 2014년 은퇴 무렵 “마오 선수와 어릴 때부터 10년 넘게 경쟁했다. 앞으로도 우리 둘만큼 비교 당하는 선수들은 없을 것 같다. 비슷한 점이 많은 선수여서 그런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사다도 12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김연아와 나는 서로 좋은 자극을 주고 받았던 존재였다.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북돋워줬다”고 말했다.
 
10년에 걸친 둘의 라이벌 관계는 그렇게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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