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 449일

글쓴이: applejuice  |  등록일: 11.23.2012 16:59:47  |  조회수: 1601
재산 기부 등 절묘한 타이밍 정치

『안철수의 생각』 내며 출마 시사

단일화 룰 접점 못 찾고 전격 사퇴

449일. 안철수가 정치권에 등장해 사퇴하기까지의 기간이다. 그가 정치무대에 처음 등장한 건 지난해 9월 2일이었다. 서울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후 그에 대한 지지율은 50% 이상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즉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를 꺾을 대항마로 화려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무소속 박원순 후보와의 담판에서 출마 의사를 접었다. 아버지의 간곡한 만류, 본인의 망설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불출마 의사를 굳힌 뒤 후보직을 양보하는 형식을 취했다. 당시 지지율 5%에 불과한 박 후보에게 흔쾌히 후보직을 던졌다는 이미지를 세상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 덕에 박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는 '안철수 현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순식간에 대선 주자로 부각됐다. 그는 “대선 출마는 가당치도 않다”면서도 “정치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1년 넘게 지지율 40% 가까이를 유지해 나갔다. 형식은 정치활동이 아니지만, 실제론 고도의 정치적 포석을 깐 행보를 했다. 대학 순회 강연, 저서 출간, 방송 출연 등이 그의 정치행보를 떠받치는 레일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14일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면서 자신이 보유한 안랩 지분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12월 1일엔 약속했던 기부 방식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했다. 그는 이날 “제3당 신당에 불참하고 (4·11 총선에서) 강남 지역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게 아니라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지난 7월 19일엔 『안철수의 생각』을 발간하며 다시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는 책에서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처음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비쳤다. 그러곤 꼭 두 달간의 장고 끝에 9월 19일 “더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재야단체들은 안 후보에게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안 후보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전술적인 연합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민주당 측도 이에 동조했다. 야권 전체에 후보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가 고조됐다.

 그러던 중 11월 4일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안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는 약속만이라도 하자”는 제안을 처음 했다. 안 후보는 다음 날 전남대 강연을 통해 즉각 이에 화답했다. 이에 따라 6일 두 후보는 서울 효창동 백범 기념관에서 회동했다. 두 후보는 새정치공동선언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시작으로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었다.

 이어 11일엔 선언문 작성과 병행해 본격적인 단일화 룰 협상을 개시하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룰 협상은 13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협상은 곧 중단되고 말았다. 단일화 룰 협상 개시 다음 날인 14일 안 후보 측에서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며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이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미 파국을 예고했던 셈이다.

 문 후보가 즉시 “우리 쪽 캠프 사람들이 뭔가 안 후보 측에 부담이나 자극을 줘 불편하게 한 일이 있다면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리고 싶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테니 다시 단일화해 나가자는 말씀을 안 후보 측께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도 안 후보 측은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급해진 문 후보 측은 이해찬 당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안 후보에게 단일화 방식 결정을 일임하겠다”는 제안을 통해 안 후보를 다시 협상장으로 끌어냈다. 이후 두 후보는 TV토론과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문 후보 측의 '적합도 조사+가상대결'이란 안과 안 후보 측의 '지지도 조사+가상대결'안이 타협안을 찾지 못했다. 두 후보는 23일 대리인을 내세워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449일에 걸친 안철수의 새정치 실험은 거기까지였다. 그는 사퇴 회견에서 “비록 새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경진.김형수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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