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넷상을 시끄럽게 만들던 김장훈과 싸이의 불화설이 극적(?)으로 해결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말 제대로 된 화해가 이루어진 것인가 싶어 기사들을 읽어본 나는
조금 어이가 없다. 대부분의 언론이 화해(?)를 위해 싸이의 무대에 난입한 김장훈을
'대인배'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애초 두 사람의 불화설은 김장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김장훈은 올해 5월, 일방적인
통보로 싸이를 섭외해 '놀러와'에 출연한 바 있고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발매했을 때
영상으로 응원 메시지도 남긴 바 있다. 또한 김장훈이 최근 발매한 곡은 싸이의 자작곡이다.

이렇게 최근까지도 활발히 교류를 해놓고도 6개월간 교류가 없었다며 김장훈은
싸이가 본인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는 것마냥 SNS를 통해 이름 언급만 않을 뿐 싸이를 비난했다.
싸이가 미국 진출을 시작하고 싸이 콘서트 '흠뻑쇼'가 공중파를 통해 방영될때쯤부터 김장훈의 비난은 시작되었다.
비난의 내용은 싸이가 김장훈의 공연을 표절했다는 것인데 이 역시 찾아보면 앞 뒤가 맞지 않는다.
김장훈은 싸이와 '완타치'라는 이름의 합동 공연을 해온 바 있다. 김장훈의 애매한 주장에 의하면 싸이가 '완타치' 공연 이후 자신의 공연 노하우를 모두 빼내고 표절하여 개인 콘서트를 했다는 것인데 두 사람이 완타치로 만나기 전부터 싸이는 공연으로 유명한 아티스트였고 개인적 노하우가 없었을 리 없다. 그리고 완타치 공연 역시 김장훈 혼자 기획한 것이 아니라 1,2,3부로 나뉘어 1부는 싸이만의 공연이었으며 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싸이의 몫이었다.
한 마디로 싸이의 이후 콘서트에서 완타치 콘서트와 흡사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건 싸이가 완타치 공연을 직접 하며 쌓은 노하우인 것이지 표절이 아니란 말이다. 습득이라고 하면 몰라도.
심지어 김장훈과 김장훈의 팬들이 싸이가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연 중 던지는 멘트로 공연이 달아올랐을 때 '우린 미쳤어'라고 하는 부분이 표절이라는 것인데 어이가 없을 따름.
우린 미쳤다는 표현은 이미 서태지를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들이 공연 때 자주 쓴다.
그리 따지자면 김장훈의 트레이드 마크로 굳어진 발차기도 이승환이 원조다. 김장훈은 이승환이 공연에서 발차기를 하는 것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후 발차기가 김장훈 것으로 굳어졌으니 정작 표절은 본인이 한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의 불화설에 있어 싸이는 병문안을 다녀왔다는 것을 알린 것 말고는 내내 입을 닫고 있었고 김장훈은 측근과 기자들을 동원, 자신의 SNS에서까지 내내 싸이를 비판했다. 그래놓고는 싸이에게 언론플레이 하지 말라는 말을 했는데 정작 언론플레이는 누가 한 것인지.
또 한 가지 쟁점은 김장훈의 공연팀을 싸이가 빼갔다는 것인데 김장훈의 공연팀과는 완타치를 통해 싸이도 인연을 맺은 것이 된다. 그리고 완타치 종료 후 싸이 역시 인연이 있던 공연팀과 공연을 한 것 뿐인데 이게 어째서 싸이가 배신을 하고 김장훈의 공연팀을 빼간 것이 된단 말인지?
공연팀 입장에서도 자신들은 외주, 프리랜서일 뿐인데 공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렇듯 두 사람 사이에서 있었다는 '불화'들이 내 기준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한 쪽의 일방적인 트집잡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극적인 화해를 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도 역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매 한가지다.

지금까지 상황에서 고통을 감수하며 어느 한 쪽을 감싸안은 것은 싸이 쪽이었다. 김장훈이 측근 기자까지 동원해 싸이를 매장하려 할 때도 싸이는 김장훈이 형이기에, 아픈 사람이기에 대응조차 하지 않았고 김장훈이 일방적으로 사과 하겠다며 예고도 없이 무대에 난입했을 때도 싸이는 다 괜찮다며, 그저 형이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모든 것을 털었다.
그런데 김장훈의 태도는 여전히 미심쩍다. 무대로 난입한 김장훈을 보고 관객들이 김장훈을 연호하자 '그러지 마세요. 얘(싸이) 또 삐져요'라며 묘한 뉘앙스로 싸이를 깎아내렸다.
또 사실 화해 역시도 싸이가 병문안을 가 8시간을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에서 이미 싸이가 먼저 청한 것이 아닌가. 김장훈이 불쾌해하며 받아주지 않았을 뿐.
불화부터 미심쩍은 화해까지, 대인배는 싸이지 김장훈이 아니다. 오히려 사건이 이렇게 되기까지 김장훈이 보인 행보는 치졸했다. 적어도 싸이는 자신의 팬들과 김장훈에 대해 뒷담화를 하고 측근을 고용해 '시청 공연 무대에 김장훈을 세우고 김장훈에게 공을 돌렸으면 어땠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게 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화해를 했다지만 지켜보던 내 속은 전혀 시원하지 않다. 당사자들은 다 푼 것 같은데 어째 제 3자인 내 속이 이렇게 끓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싸이의 성공에 대비되어 인간적으로 나락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 김장훈 때문에 화가 나는 동시, 안쓰러운 감정을 느껴서 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