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민하에게 '태풍상사'는 한 해를 통째로 바쳐 완성한 작품이었다. 첫 방송 주연이자 16부작의 긴 호흡, 그리고 9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까지. 쉽지 않은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그는 "미련도 후회도 없이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작품을 떠나보내는 순간이 아쉽지만, 끝까지 성장해낸 캐릭터 미선이처럼 김민하 역시 한층 단단해진 얼굴이었다.
김민하는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극본 장현, 연출 이나정·김동휘)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태풍상사의 에이스 경리 오미션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김민하는 가장 먼저 "올 한 해는 정말 '태풍상사'로 보냈다"며 "마지막 주라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렇지만 후외 없이, 미련 없이 작품을 마무리한 만큼 아쉽긴 하지만 예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태풍상사'는 1997년 IMF 시절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돼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고군분투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세상이 끝날 것만 같았던 위기 속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며 삶을 이어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넸다.
이에 힘입어 5.9%로 시작한 작품은 16회에서 10%대 벽을 넘고 10.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김민하는 작품 속 미선이를 구축하기 위해 당시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외삼촌과 지인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빠르지 않았던 시대적 환경 속에서 '힘들었지만 서로 더 가까웠다'는 공통된 기억이 배우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또한 시대극을 할 때마다 당시의 음악과 서적을 찾아보는 편이라는 그는 015B, 이상은 등 1세대 음악을 즐겨 들으며 감수성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사투리와 90년대 여성 직장인의 모습도 꼼꼼히 참고하며 커리어우먼의 '냉철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미선이의 성격을 완성해갔다.
초기 논의 단계에서 이나정 감독은 미선이를 차가운 느낌으로 그려보고 싶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본을 반복해 읽던 김민하는 오히려 미선이에게서 따뜻한 결을 더 강하게 느꼈다고 한다. 결국 두 요소를 섞어 '일은 냉철하게 처리하지만 사람에게는 따뜻한' 인물로 방향이 정해졌다. 뿐만 아니라 단정하고 시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헤어 및 메이크업과 반복 착용한 의상은 미선이의 생활력을 드러내기 위해 김민하가 직접 요청한 부분이었다.
김민하는 극 중 오렌지족에서 상사맨이 된 강태풍 역을 연기한 이준호를 언급했다. 그는 이준호에 대해 "정말 편했다. (이) 준호 오빠는 나보다 훨씬 연예계에 오래 있던 선배다. 그래서 듬직하기도 했고, 의지도 많이 했다. 날 많이 챙겨주기도 했다"며 "연기적으로 호흡할 때나 얘기를 할 때도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나오는 신들도 있었지만, 신에 대한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며 "또 서로를 배려하면서 신을 만들어갔다"고 전했다.
'태풍상사'에서는 상사맨들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 강태풍, 오미선의 로맨스 서사도 자주 조명됐다. 그러나 회사가 위기를 겪는 상황 속에서도 커지는 로맨스 비중으로 인해 이에 대한 시청자 호불호 반응도 있었던 상황.
이에 대해 김민하는 "보시는 분들이 말씀하는 게 일리가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반응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로맨스가 너무 늦게 나오고, 갑자기 많아져서 그런 염려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백했다.
또한 김민하는 이준호를 비롯한 모든 '태풍상사' 출연진들과 돈독한 친목을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누구 한 명이 그렇다기보단 결이 다 비슷했다. 다 배려했고, 누구 하나 튀려고 하지 않았다. 융화가 잘 되는 직장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잘 갈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터진 많은 애드리브와 배우들의 유쾌한 호흡은 작품의 밝은 결을 만들어냈다. 특히 '탕수육 부먹·찍먹' 논쟁, 주근깨 애드리브 같은 장면은 배우들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결과였다. 김민하는 "웃기려고 한 게 아니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촬영 막바지에는 매 장면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다고 한다. 미선이가 경리로 시작해 주임으로 성장하는 서사는, 수줍고 움츠러들던 시절의 자신의 모습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김민하에게 '태풍상사'는 첫 16부작 주연이었다. 처음엔 완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팀워크 덕분에 작품은 자연스럽게 굴러갔다. 그는 "올해를 통째로 태풍상사로 살았다'며 '힘든 부분보다 배운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환경 속에서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개야말로 현실적이었다"며 회사가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은 단숨에 해결될 수 없는 현실의 시간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 후 가장 힘이 된 순간은 "내 예전 이야기가 생각났다" 다가온 시청자들의 말이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후기들은 김민하에게 최고의 찬사였다고.
그럴 법한 게 김민하는 20대 내내 '살 빼라' '성형해라' '그래서 안 되는 거야' 같은 모진 말들에 상처받았지만, 그 시간들이 결국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수차례 캐스팅 번복과 오디션 탈락을 경험했지만, '항상 기회는 찾아왔다'며 흔들리지 않고 버티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선이를 연기하며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스스로에게도 새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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