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지드래곤무엇을 위한 `마약과의 전쟁`인가

글쓴이: Nuhmokdel  |  등록일: 12.28.2023 09:26:18  |  조회수: 1013
영화 <기생충>에도 출연했던 이선균 배우와 그룹 ‘빅뱅’ 출신의 유명 가수 지드래곤 등이 최근에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됐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수사기관들이 ‘민감한 시기에 마약 사건들을 터트리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마약은 정치를 모른다. 저 정도면 병 같다”며 그런 주장을 한 야당 정치인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왜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지 충분히 이해할만한 여러 정황과 요소들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먼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대패 등의 악재가 이어지고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다가오며 정부가 궁지에 몰리는 상황에서 가장 유명한 톱스타들이 연루된 마약 사건이 터져 나왔다는 점부터 석연치가 않았다.
더구나 수사기관은 이미 앞서 관련 첩보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아직 범죄 혐의가 확실치 않은 내사 단계에서 언론에 흘러나온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검찰이 이정섭 검사 처남의 마약 사건을 덮었다거나, 국정원 간부와 정보원이 실적을 위해 마약 사건을 조작했다는 최근의 보도들은 이런 시기 조절과 선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심을 굳히게 만든다.
 

이번에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많은 언론을 도배한 것은 주로 연예인 마약 사건과 자극적 스캔들에 대한 선정적 보도들이었다.
이번에도 관련 혐의와 수사 상황들은 계속 언론에 실시간 중계됐고 경찰은 이 유명 연예인들이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설 수밖에 없는 공개 출석 등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이선균 씨와 지드래곤에 관한 온갖 선정적이고 과장된 소문들이 여기저기 넘쳐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이선균 씨의 모발 검사 결과에서는 마약 복용 흔적이 드러나지 않았고 권지용 씨(지드래곤) 역시 마약 복용 사실을 강력 부인하며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아 경찰의 수사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올해 봄에 또 다른 유명 배우인 유아인 씨가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여론재판 속에서 사회적으로 매장된 바가 있다.
당시에 경찰은 유아인 씨의 지난 8년간 휴대폰 사용 기록 무려 46만 건을 모두 뒤지고 있다고 했고, 극성스러운 유튜버와 황색언론들은 온갖 카더라와 가십성 정보들을 흘리며 유아인 씨의 혐의를 과장하며 영상과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후 유아인 씨의 구속영장은 기각된 상황이고, 아직 1심 결과가 나와봐야 더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는 단계이다.
수사와 재판의 최종적 결과가 무엇이든 이미 유아인 씨나 이선균 씨 등은 심각한 타격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 광고에서 하차하거나, 출연했던 작품들은 상영이 중단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처럼 거의 주기적으로 사람을 바꿔가면서 어떤 연예인의 잘못, 치부가 드러나면 언론이 물어뜯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댓글들이 달리면서 만신창이가 되는 일은 한국 사회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사회학자 엄기호는 이렇게 지적한다. “우리 사회에서 연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대부분이 명망 있는 사람들의 '추문'이다. 우리 삶을 좌우하는 정치나 경제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이런 명망가들의 위선에 대한 폭로, 그리고 그들의 몰락에 관한 이야기다 …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명망가들의 치부를 들춰내고 … 그렇게 언론은 명망가들의 추문을 정치로 만들어서 정치를 추문으로 만들고 있다.” (엄기호,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은 ‘연예인과 마약’ 문제이다. 가수 고 신해철 씨가 대마초 사건으로 처벌받고 나중에 대마초의 비범죄화를 주장한 게 벌써 20년 전이지만 여전히 이것은 뜨거운 문제로 남아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에 ‘마약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이것은 더욱더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제일 앞장서서 ‘마약과의 전쟁’을 위한 깃발을 흔들고 나팔을 불어왔다.
 

핼러윈 축제에 안전 관리를 위한 인력 배치가 아니라 마약 단속을 위한 사복 경찰 배치에만 신경 쓴 것이 10.29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는 비판이 있고, 검찰이 희생자의 시신을 마약 혐의로 부검했거나 하려 했다는 것이 충격을 줬지만 이런 방향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마약이 우리 사회 곳곳에 파고들고 있다’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미래세대를 지키기 위해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지난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 마약 유통과 소비가 계속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SNS와 가상화폐를 통한 더 손쉬운 거래와 지불, 코로나 봉쇄 동안의 수요 증가, 전 세계적인 신종 마약의 유통 확대 등이 그 요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마약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문제인지, 마약을 무조건 단속하고 처벌하는 게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마약의 위험은 상당히 과장돼 있다는 지적들이 존재한다. 현실에서 훨씬 더 많은 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불법적 마약보다는 합법적 흡연, 음주 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의 대부분은 마약과 상관없이 일어난다. 역사와 사례들이 보여주듯이 범죄는 대개 빈곤, 실업, 소외, 원한 관계 등과 연관이 있다. 마약 중독은 이런 원인들에서 나오는 또 다른 파생 결과인 경우가 많다.(오후,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동아시아)
그리고 마약을 불법화해서 강력하게 단속하고 처벌할수록, 그 역효과가 큰 경우가 많다. 불법으로 음성화되니까 웅덩이처럼 썩기 시작하는 것이다. 범죄조직이 개입해 위험을 감수한 돈벌이를 하고, 비싸게 몰래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뒷골목의 불결한 조건에서 투약하고, 드러내 놓고 예방과 치료도 하기 어렵고, 그것이 더 많은 중독자를 낳고….
반면 마약을 부분적으로 양성화해서 관리하고, 안전한 사용과 위험들을 교육하고, 남용과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각 나라들에서 오히려 마약의 부작용을 감소시켰다는 여러 경험적 통계가 존재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명적이지 않고 중독성이 약한 마약의 비범죄화를 권고하는 것은 그것 때문이다.
강력한 마약 단속으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대마초 합법화와 치료와 예방으로 강조점 이동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지난해 말 방영한 KBS <시사직격 – 마약청정국은 끝났다> 편은 후반부에서 이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마약 생산국으로 알려진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미국이 벌인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면서 심지어 ‘마약 거래 합법화’까지 제안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마약에 취해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는 현실이 고통스럽고 희망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즉 많은 이들은 쾌락을 즐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고통을 잊기 위해서 마약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고 삶의 희망을 갖게 하는 게 아니라,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마약 단속만 강화하면 늘어나는 것은 마약 범죄 전과자일 뿐이기 쉽다.
그런데도 왜 많은 권위주의적 보수우파 정부들이 흔히 ‘마약과의 전쟁’에 매달릴까? 그것이 가져오는 ‘다목적 효과’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먼저 대중적 지지와 공감을 얻기 쉽다. ‘마약으로부터 미래세대를 구하고 지키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따라서 야당도 반대하기 어렵고, 초당적 지지와 입법이 가능해진다.
마약은 기성 언론들도 좋아하는 주제다. 마약, 연예인, 섹스... 선정적 보도로 클릭 수를 높이는 데 이만한 주제도 없다. 결국 이것은 검찰, 경찰 등 억압적 국가기구의 인력과 예산과 힘을 늘리는데 아주 좋은 명분이 된다. 또 방향을 이렇게 잡으면 어떻게 일자리와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일 것인가로 골치 아프기보다 게으르고 마약이나 찾는 개인들을 탓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말초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고 비도덕적이고 뭔가 불결한 행동이라는 뿌리 깊은 혐오 감정과 편견이 깔려 있다. 대마초나 마약을 한 연예인들은 낙인찍히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한다. 그래서 마약은 정치적으로도 악용하기 좋은 주제다. 대표적으로 80년대 미국의 보수우파 정권은 마약과의 전쟁을 이용해서 권력을 강화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뒷받침했으며,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패권주의적 개입을 정당화했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에게는 이미 마약으로 연예인 때려잡던 박정희 정권과 ‘범죄와의 전쟁’을 이용해 공안정국을 만들었던 노태우 정권이라는 모범이 있다. 윤석열 정권은 집권 초부터 문재인 종북몰이, 이재명 흙 묻히기, 범죄/마약과의 전쟁을 3대 기조로 잡은 것으로 보였다. 나아가 ‘대장동 범죄자 이재명, 불법폭력 집단 민주노총, 마약유통과 조직폭력’을 싸잡아 묶으며 “범죄와의 전쟁”(국민의힘 권성동)을 말하는 노골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약과의 전쟁’의 나팔을 요란하게 불어대지만 정작 대규모 마약 공급책들에 대한 단속과 처벌 실적은 부족하고, 소규모 마약 사범만 잡아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컨대 약물중독재활센터 ‘경기 다르크’의 센터장인 임상현 목사는 “지금 수사로는 큰상선(대규모 판매자)은 못 잡고 고사바리(소규모 마약판매자)만 잡습니다”라고 지적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도 “(마약 공급책의) 최고 윗선은 손도 못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단순한 마약 소비자들은 단속과 처벌보다는 예방, 치료, 재활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인 이해국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단순 이용자는 비범죄화하고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게 한다”고 이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위한 예산 확보와 시설 확충 등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보건복지부가 요청한 중독자 치료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된 마약 사건 중 치료 명령을 내린 경우는 0.7%에 불과했다. 그러면서 단순 마약 이용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만 치중하니까, 이 사람들은 감옥에서 마약 이용 방법을 더 배우고 나와서 다시 시도하는 악순환도 우려되고 있다.
이것은 마약 사건으로 논란이 된 아이돌 연습생과 재벌 2세 등이 계속 되풀이해서 또 다른 사건에 이름을 올리는 배경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허점과 비판적 지적들을 돌아보고 다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 나갈까, 아니면 이미 ‘마약과의 전쟁’을 위한 칼을 뽑은 상황에서 무조건 앞으로 계속 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을까. 답은 명백해 보이고 또 어떤 부작용과 희생양들이 나올지 걱정만 커진다.

글: 전지윤편집위원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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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Cadia  4달 전  

    자식까지 있는 분들이 평범한 가정도 아닌데 왜? 왜? 외간 술집여자 만나서 바람 까지 핀것인가요?
    ㅇ ㅈ ㅎ 동생분 ㅇ ㅌ ㅇ씨도 술집에 갔다가  그렇게 혼쭐이 났엇는데,,,

    옆에 나라 중국은 마약하다 걸리면 사형이랍니다.

    술 마약 대마초를 하는 국민들이 많으면 많을 수록 정신이 혼미해지고 그럴때 나라가 혼돈속에 빠져 엉망이 되는겁니다. 
    IMF 구제금융요청 을 할때도 국민들은 금을 갓다가 나라에 바쳤어요.
    매번 나라가 위기에 빠질때 독립투사가 구하고, 국민들이 금을 갔다가 나라에 주고
    그렇게 해서 위기를 모면하고 그랬자나요.

    정치인들이 제대로 못하더라도, 마약만큼은 하지 말아요.

    사람이 만남이 있음 헤여짐이 있는게 인생이지만,  내 자식이 성인이 될때까진
    가정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말 이선균 배우가 그런 선택을 한것에 정말 내 가족처럼 마음이 쓰리고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