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대작이었던 '아라문의 검'이 결국 판타지물의 진입장벽을 깨지 못한채 막을 내렸다.
22일 '아라문의 검'(극본 김영현·박상연, 연출 김광식)은 아스달과 아고연합의 마지막 전쟁과 비로소 통합을 이룬 은섬(이준기 분)의 아스달을 보여주며 12부작의 마침표를 찍었다.
작품은 2019년 방영된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작으로 검의 주인이 써 내려가는 아스달의 신화, 태고의 땅 아스에서 서로 다른 전설을 써가는 타곤(장동건 분), 은섬(이준기 분), 탄야(신세경 분), 태알하(김옥빈 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타곤이 아스달 최초로 왕이 된 지 8년이 지난 시점을 그리고 있으며 시즌1에서 활약한 송중기와 김지원이 하차하고 이준기와 신세경이 합류했다.
그러나 더욱 강력하게 돌아왔다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4년 만에 돌아온 '아라문의 검'은 낮은 시청률을 피하지 못했다. 한국에 없던 판타지 드라마의 계보를 이었다는 호평이 나왔지만, 시청률이라는 가시적인 성적표는 아쉬움만 남겼다.
지난 9월 5.0%(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시작한 이후 부진을 거듭했고 6회에는 2.2%를, 최종회 바로 전날인 11회는 2.4%를 기록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4.6%로 '아스달 연대기'가 7.4%에 종영한 것에 이어 저조한 결과다.
이는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MBC '연인'과 KBS '효심이네 각자도생'과 크게 차이나는 수치였다. 시청률이 밀린 건 비단 드라마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17일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와 맞붙은 대결에서도 크게 패배했다. 임영웅이 게스트로 출연한 당시 '미우새'의 시청률은 16.1%였고, 같은 날 '아라문의 검'은 5%에 머물렀다.
22일 방송된 '아라문의 검' 최종회에는 아스달과 아고연합의 마지막 전쟁과 비로소 통합을 이룬 은섬(이준기 분)의 아스달이 담겼다. /tvN 방송화면 캡처
22일 방송된 '아라문의 검' 최종회에는 아스달과 아고연합의 마지막 전쟁과 비로소 통합을 이룬 은섬(이준기 분)의 아스달이 담겼다. /tvN 방송화면 캡처
'아스달 연대기'는 대한민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역사 이전 시대인 '태고'를 다뤄 기획 단계부터 주목을 받았다. 인간간의 싸움, 부족 싸움, 아스연맹이 왕국이 돼가는 내용이 담겨 한국형 '왕좌의 게임'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여기에 장동건 송중기 김지원 김옥빈 등 화려한 캐스팅과 540억 원이라는 거대 투자도 작품에 기대감을 더했다.
그러나 작품 초반, 방대한 세계관을 어렵게 풀어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가상의 세계를 묵직하면서도 의미 있게 전달했다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아라문의 검' 역시 방대한 세계관과 낯선 용어를 풀어가는 힘이 부족했다. 독특한 세계관인 만큼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시청자들이 이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았다. 또 고대어가 자주 사용되면서 기존 팬층이 아닌 이상 새롭게 '아라문의 검'을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이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는 '취향'의 시대"라며 "여러 지명, 낯선 용어가 많았다. 그런 것들에 충분한 학습이 있어야 재밌는 작품이 되는데 아주 일반적인 사극의 익숙함과 거리가 있어 일반적인 시청률을 내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5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영현 작가와 박상연 작가는 "시즌2는 쉽다. 전쟁이라는 단순한 구도라 처음 보시는 분들도 싸움을 따라가면 쉬울 것이며 각각 인물 중 최종 위너가 누가 될지 집중했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살아남은 사람들 이후의 삶이 시즌3로 영상화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시즌제에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하지 못했다. 이해하면 쉽지만 그 과정이 오래 걸리는 '고대 판타지물'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다만 '아스달 연대기'와 '아라문의 검'이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의견도 있다. 정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판타지 사극'으로 허무맹랑한 공상의 차원보다 충분한 문화인류학적 근거 있는 이야기를 깔아야 하는데 이게 굉장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관 이야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 들어오면 계속 보게 되는 힘이 있다. 국내에서 아직 가지 않았던 길을 걸은 작품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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