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

글쓴이: 자꾸배나와  |  등록일: 09.23.2013 11:59:38  |  조회수: 2837
친구는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산동네 살며 개울물과 아카시아 나무들이 만들어낸 녹음에 둘러싸여 어린시절을 보냈다.과묵하며 좀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기가 힘들다. 늘 붙어다니며 바둑을 두었고,햇빛에 반사되 반짝거리는 한강물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오르기를 밥먹듯 했다.비교적 일찍 어른 흉내내며 인생을 논하던 죽마고우다.친구는 나의 당돌,경솔을 재밌어 했고 나는 그의 명석,신중을 부러워했다.오학년때 내가 아홉점을 깔고 박살났다. 비극의 시작이다.대화의 주제를 그친구가 먼저 꺼낸법이 거의 없었다.머리가 아닌곳에 털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무렵,어느날 내가 짖궂게 물었다.이담에 결혼후 바람필 기회가 오면 어쩔거냐구.대답이 친구 답다.완전범죄가 백프로 보장되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그때가서 깊이 생각해보겠다  한다.그리고 내게 되묻는다.다음날 마누라한테 복날 개패듯 얻어터지는 한이있더라도 운운의 대답으로 기억한다.인터넷이 없던시절 시골에 제법 오래 머물러야할 기회가 있었는데 편지지에 착점을 그려서 우표값 아까운줄 모르고 서신을 주고 받던 기억이 새롭다.태어나서 한번도 맞둬서 이겨본적이 없다.아니 맞 두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였다.사십여년을 두들겨 맞다보니 어느새 나도모르게 오륙단을 오르내리는 짝퉁고수가 되버렸다.가끔씩 왕초보들이 어떡케 하면 나처럼 둘수 있냐고 묻는다. 반세기만 허벌창나게 터져 보슈.조만간 한번 두어야겠다. 터질게 뻔한데도 두고싶다.전엔 뿌드득 이빨가는 소리를 대화창을 통해 들려주었으나 요즘은 안두면 몰라 일단 두면 나같은 하수의 응수에도 최선을 다해 심사숙고 후 대응해 주는 친구 다운 모습이 고마울 뿐이다.아픈만큼성숙.젠장.문득 이역만리의 벗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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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freechal  09.25.2013 09:17:00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약좀 고만하고, 점이 아니고 마침표다. 니나 잘 찍고 써라.

    너 바둑둘 줄 모르지? 그러니까 오래 앉아있으면 몸이 망가지니 어쩌니 하지.

    운동 좀 하고 바르게 살아라. 미국에 와서 약이나 하고 서울대 수석이라고 사기치고 자해공갈단 짓거리나 하지 말고.

    너 때려봐 때려봐 하면서 경찰 부른다고 jail 보낸다고 그러다가, 오는 경찰 얼굴도 못 보는 수가 생긴다. 인생 똑바로 살아라.

  • Blaidun  09.24.2013 15:38:00  

    글 잘 읽었습니다.

  • PCoCo  09.28.2013 02:00:00  

    자꾸배나와님 . 왜 글 안 올리세요 . 기다리는중 ㅠ
    글 너무 좋습니다